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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사랑하는 것들을 어떤 모습으로 떠오를까. 막연히 되뇌던 모습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뇌리에 오래 남곤 한다.

눈을 가진 생명체를 그릴 때, 눈의 위치와 방향은 그 그림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그래서인지 항상 다시 그리고 싶은 부분은 눈동자이다. 매번 아름다운 눈을 속으로 떠올리지만 정작 눈을 그리는 순간 긴장한 손은 실수를 만들어낸다. 마치 그리워하고 찾아 헤매던 첫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감정이 새나와 밉보이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은 실패할 것을 예견하면서도 무모하게 도전해보는 것처럼, 눈을 그리는 것이 부담되는 과정임을 알기 때문에 눈을 그리기도 전부터 실패한 자의 절망으로 펜촉을 연명해가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언제나 그렇듯, 눈동자 그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좋았던 기억 속의 눈빛이 마음을 무겁게 하고, 뒤따르는 실패의 담담함은 손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몸은 이토록 철저히 마음을 따른다. 마음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몸도 마무리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태도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일은 몸을 움직여 거대한 일을 움직이는 것이다. 대부분 일이란 ‘끝’이라는 단어와 함께 종결되곤 한다. 하지만 건축은 그렇지 않다. 건축물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적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을 버티어 많은 사람들이 스며들었다 흩어지고 기억 혹은 기록에 남는다. 아무리 작은 건물일지라도 사람들이 머물렀다 사라지며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래서 작은 건축마저도 큰 일이 된다.

그래서 건축은 건축가 개인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태도가 건축화 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바른 태도로 임한 건축물은 오래 사랑받는 건축물이 될 것이다. 마치 1882년 공사를 시작해 지금까지도 짓는 일이 진행 중인 건축가 가우디(Antonio Gaudi)의 대가족 성당(La sagrada Familia)이 좋은 사례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태도로 임하면 오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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