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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고나면 외려 그 일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살면서 겪어야 하는 모순들은 한둘이 아니다.

욕심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필요치 않은 것들은 이따금 쉽게 채워지곤 한다.

의식적으로 채워지는 것은 욕심이 될 수 있고 물질적 풍요로움을 얻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에 의식하면서 채워지는 것은 욕심이 될 수 있고 물질적 잣대에 의한 풍족함을 얻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이 부족함이 생기기 쉬울 것이다.

이미 부족한 결핍의 상태가 부족함인데 한편으로 부족함은 너무나 당연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부족하지 않았다면 더 노력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은 꽉 찬 느낌을 준다. 그 순간 더 이상 채울 생각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채워지는 것은 공허한 공간에 배치되는 것인데 어떤 의미를 삽입하는 순간 과장된 부풀어 오름으로 채워진다.

넌센스 머신(nonsense machine)은 어쩌면 허공에 재미있는 꺼리를 채우는 작업이라 봐도 적당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별 이야기가 없고 없다고 하기에는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넌센스 머신은 어떤 이유에서 만들었는지를 따져보기 전에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인간은 다소 합리적인 이야기를 도출하고 싶어하지만 저절로 입술에서 미소가 나오고 박장대소가 나오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공간을 채우는 이상한 장치들의 나열과 그 각각의 부품들이 연계되면서 이것저것의 관계 맺기를 하는 것은 어쩌면 논리구조를 따져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잠재돼 있는 숨어있는 끼가 비어 있는 공간 즉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부족한 부분들에 접근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봐 줘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부족함을 채우는 것은 결국 완전무결을 향한 자연스런 현상이라(자발적 현상) 봐도 무방하지만 어떻게 채워지는지에 따라 과한 욕심이 되거나 또 다른 이해심을 자극하는 즐거운 거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삶이 부족하다 싶어도 일부러 채우지 않더라도 흥밋거리가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유용함이 생긴다.

재미있고 흥분된 일은 많은 에너지를 가진다. 이것이 열정이 된다면 어떤 일이든 부족함을 더 배가 시키는 흥미로운 작업들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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