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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주변은 항상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못하는 것은 나뿐인 듯하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오래된 생각을 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미래도 아니고 오래된 추억에 대한 미련일 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리지 못한 이빨 빠진 연장 같은 것이다.

새롭고 좋은 디자인은 낡은 생각을 끊고 잊는 것에서부터 시작인 셈이다. 용불용설이라고 해야 할까. 더 이상 사용할만한 것이 없어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

한 때는 필기도구에 대한 탐닉으로 필기도구를 모아도 보았다. 하지만 좋은 도구들이 멋있고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좋은 것이 주변에 많을수록 생각은 빈곤해지는 듯하다. 보는 것은 즐겁지만 창조 과정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의미인지 기다려 달라는 의미인지는 명쾌하지 않지만 전화를 다시 걸지 않는 것은 과거와의 단절을 시작하고 자기 자리로 되돌아오려는 시도일 것이다.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가끔 새로운 디자인은 내면 깊숙한 곳의 샘에서 올라와야하기 때문에 주변과의 단절이 절실하다.

비록 의아함이 생기더라도 그 이유가 어떤 것인지 알려 노력해서는 안 된다. 디자인 영역의 수련에서 ‘묻지마’ 단절이 절실히 필요하다 생각한다.

마치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백지의 상태 ‘tabula rasa’에서 생각을 시작하는 것은 지당하다. 그런데 지금, 그 많던 기대는 어디로 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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