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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오래지 않고 우리는 헤어질 것을 알았지만 만나는 동안은 늘 곁에 두고 싶은 존재였다. 하지만 더 이상 가까이 하기에 서로 생긴 모양이 달라 서로를 가까이 둘 수 없었기 때문에 금세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우리는 건축물에 주인은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비록 개인의 자본으로 개인의 욕망을 담아 지은 건물일지라도 짓는 순간부터 사회와 문화 속의 한 구성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의 건축물이 존재하는 한 계속 그 건축물을 보고 살아야만 한다. 자신을 위해 지은 건물일지라도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 건축의 속성이다 보니, 보이지 않는 도덕성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사귀기 전에는 모든 것이 희망적이었다. 그녀의 얇은 입술마저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가 새거나 바람이 드는 등 불편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그에 따라 적응하거나 비난하거나 자책하기도 한다. 시간에 따른 변화에 민감하다는 속성으로 인해 여간해서는 단번에 완결지을 수 없을 뿐더러 혹 완결지었다 할지라도 그것이 완결인지 확인할 수도 없기 때문에 건축은 언제나 미완결로 존속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헤어질 것 같지 않는 두 사람은 단지 입술이 얇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원히 볼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우연하게 실수투성이로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끝내 자신이 감당해 내야 하는 건물이다. 그래서 처음 지을 때는 아무리 신중하고 조심하게 지어도 지나치지 않다. 하나의 결점이 전체를 평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마천루(The Fountainhead)’에 나오는 주인공인 건축가 하워드 로크(Howard Roark)는 심지어 자신이 설계한 도면과 짓고 있는 건물이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건물을 폭파하고야 만다. 변론과정에서 건축가의 존엄성(dignity)을 강조하면서 끝이 난다.

건축은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다시 챙기고 확인해서 우연한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간단한 도면 몇 장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클라이언트와 건축가의 우연한 만남이 지속되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필연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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