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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도시 속에서 한 개인은 아주 작은 존재이다. 개인이 느끼는 도시는 시간이 축적된 추억거리를 담은 앨범과 같다. 지나온 과거의 장소에서 있었던 일들이 순차적인 이미지로 치환되어 머릿속에 기억된다. 마치 사건 사고를 기록한 오래된 노트 같은 느낌일 것이다.

큰 도시에서 느낀 많은 사건들은 즐거운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이 섞여있지만, 이런 모든 일들이 매번 기억에 오래 남지는 않는다. 저장소에 쌓여가는 기억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중요한 몇 가지만 남겨두고 과거의 향수로 남게 될 것이다.

건축물은 사건을 기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무대와 같다. 그래서인지 가끔 자신이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별로 특별한 것이 없을 때가 허다하지만 건축물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이 유일할 때가 많고,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거나 힘들게 경험했던 것에 대한 경험일수록 더욱 오래 기억에 남고는 한다.

관광지에서 훌륭하고 인상적인 건축물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곳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떠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나 도시에는 우리 삶의 일부가 녹아 있기 때문에 건물과 건물사이의 골목과, 건물로 인한 사건들을 중요하게 기억한다.

큰 도시는 작은 마을 단위의 군집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마을과 마을은 자연스럽게 익명성이 확장되고 도시의 상징성이 마을과 마을 단위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큰 규모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통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욕망구조가 만들어 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가까운 근교만 가더라도 상징적인 건물보다는 풍경과 추억이 금세 배어나올 것 같은 시간의 켜들이 우선적으로 눈에 띄곤 한다. 하지만 규모가 큰 도시는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혼돈시킬 만큼 큰 상징성으로 그 도시의 이미지를 대신한다. 도시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그 도시를 대변이라도 하듯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사람들은 줄을 서듯 상징성을 뒤쫓는다. 마치 귀여운 애완견을 뒤따라가는 사람들 같다. 사람이 먼저 건물을 만들지만 뒤늦게 건물의 공간에 이끌려 다니는 것이니 어떻게 우리가 건축물을 함부로 지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건축에 대해서 도시적 차원에서 한 번 더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 by Winston Churchill)”는 경구가 여실히 잘 적용되는 곳은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건축물의 완급 조절이 쉽지 않기에 도시적 접근이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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