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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때로는 마음이 편하자고 마음을 내려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억지로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살아야지 생각하지만 잘 실천이 안 됩니다. 쉽게 되었다면 모든 사람이 도사가 됐겠지요. 하지만 험한 일을 겪게 되면 마음속 깊숙이 간직한 무거운 생각을 내려놓게 됩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려놓는 꼴이 되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음이 평온하게 된답니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불편해서 좀 더 기분이 좋아져야 될 상황도 있습니다. 가령 시험을 치고 나서 노심초사 당락을 걱정하게 된다거나, 이성에게 연락이 안 와서 왠지 불안해질 때 설명으로는 좀 어려운 불안감을 못내 감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주로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서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일들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거나 고승을 만나서 상담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란 사실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들어서 관람자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합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의상들을 보면 기대치가 배가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갑옷을 실용적으로 입으면 되지 굳이 장식적으로 입는다거나 꽉 끼는 옷을 입어서 괜히 없던 관심을 한 번 더 가지게도 합니다.

재미있는 요소가 많을수록 좋은 것은 틀림없지만 덧없이 아름답게 보인다면 어쩌면 관람객에서 대리만족을 넘어선 또 다른 종류의 만족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지만 좀 더 화려하고 덧붙여진 디자인의 의상이 건물이나 특히 우주선을 표현할 때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삶에서도 뭔가 심심하고 무료 할 때 주변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해서 자기 삶을 조정해 보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덧붙여진 그 무엇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습관이나 행동의 순서를 바꾼다는 소소한 변화로 앞날이 바뀐다면 한 번쯤은 스스로를 조정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때는 이런 이야기가 큰 의미가 없겠지만 곤경에 처하거나 남의 시선을 고려할 때는 주변의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생깁니다.

그렇듯이 우리가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을 수없이 접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하지만 한계에 부딪힙니다. 이유가 딱히 없지만 설명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턱하고 나타나서 잘 정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기준을 세워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죠. 건축에서는 그런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건축가는 architect입니다. 때로는 Architect는 창조자라고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 건축가인 것 같습니다. 옆집, 앞집과 다른 그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건물이 위치에서 가장 좋은,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제일 적절한 집을 위해서 무엇인가 만들어내고 건축 후 검증받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지어지기 전에는 그 어떤 누구도 호언장담하지 못할 건축을 완성된 이후에 수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에 의해서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건물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영 개운치 않은 일들을 그저 건축가의 말만 믿고 이것저것 따라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마치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종교와도 흡사합니다.

결국 건축물은 건축가의 이성과 직관이 가장 잘 녹아드는 큰 판이 아닐까요? 설명은 잘 되지 않지만 건축가의 손길이 곧 믿음이 되고 완성도를 만드는 것이겠죠, 원더우먼이 입은 장식적 갑옷이 보는 이에게 마음을 끌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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