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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분위기를 탄다는 것은 새로운 것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크리스마스에 썰매를 탄다는 것은 꼭 즐겁게도 눈이 내려야 한다는 것을 전제에 둔 말이다. 반면 건축물이 탄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생길 조짐이다.

주어와 동사는 단어 조합에 따라 그 깊이와 넓이가 다른 뜻의 문장이 완성된다.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조합이 필요하다.

썰매를 루돌프 사슴이 꼭 끌어야 한다고는 어느 누구도 말한 적이 없었다. 산타가 타는 썰매를 빨간 코의 루돌프 사슴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다른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새로운 것이 없었던 일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건축도 마찬가지이다. 특별한 것을 원하지만 특별한 조합을 상상해 보지는 못했으므로 새로움을 만드는 방법을 어떻게 생각해 내야 하는지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다만 분위기인지, 눈인지, 불행인지를 판별하고 싶었을 뿐이다.

조합의 방법은 이성적 논리구조에서 출발하겠지만 이성적 논리구조의 조합은 재미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일쑤였다.

그래서 수직의 벽체와 수평한 바닥을 가진 건물은 특별한 공간감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건물은 평범한 모습을 하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린다면 산타가 선물을 주려 썰매를 타고 오는 길이 더없이 수월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절대 버릴 수가 없다.

건축이 특별해지려면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는 것과 같은 행운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때마침 그 공간이 존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운이 깃든 건축물이 될 것이지만 그런 건축은 몇 천분의 일 정도의 이루어지기 어려운 조합의 결과물에 가깝다. 조금만 어긋나거나 시기를 놓치면 입으로 내뱉은 쓸모없는 말처럼 주워 담기 힘든 것과 같은 꼴이 되고 만다.

그래서 항상 적절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면서도 특별함을 찾아서 사선 위를 오가며 조합과 부조합을 거듭 시도할 수밖에 없다. 결국 건축은 시간의 영역에서 이야기거리가 현실로 조합된 구축물인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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