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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기계는 말이 없다.

프로그래밍 된 로봇이 아니고서야 기계장치는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기계가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구성된 장치라면 기계부품의 나열은 자신을 대변하는 언어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말은 할 수 없지만 인간에게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몸짓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의적으로는 소리 하나 낼 수 없는 기계장치의 부적절한 조합이 오히려 큰 의미를 부여받아 세상에 소리치며 살아있는 생명체 역할을 해낼 지도 모른다.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말이다. Big silence….

주변이 시끄러울수록 조용히 있고 싶지만, 혼자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장치 하나가 소리 없이 조잘거리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여준다면 조금이라도 위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것이 차가운 기계장치라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시간이 기계를 지켜보는 동안 작동시간만큼 함께 저절로 흐를 것이고, 그 시간이 지나가면 어떤 결과물이 왈칵 쏟아지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주면서….

어쩌면 기계장치가 인간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하듯, 가슴에 붙어 떨어지지 않은 보철 장치가 되고 말 것이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1996년작, 크래쉬(Crash)에 나오는 기계장치에 도취 행각을 보여줄 만큼 사랑스러운 보철장치로 환생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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