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김동희 건축가
건축도 따뜻했으면 한다.

사람에게 사용하는 ‘따뜻하다’는 표현은 참으로 주관적인 말이다. 물이 뜨거워서 따뜻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예를 들어, ‘김똥희씨는 따뜻한 사람이다’라는 말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단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거나 불편함이 없게 해주었을 때 돌아오는 긍정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옷을 입고 외출을 하듯, 건축물도 무엇인가 부족하다 싶으면 겨울에 외투를 두툼하게 입듯, 무장할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마음이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건물은 마음으로 짓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채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물질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따뜻한 마음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비행기가 거꾸로 하늘을 날고 사람이 뒤집어져도 마음만은 똑바르고 따뜻해야 좋은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도면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모두 챙겨 검수를 해도 현장에서는 부족함을 느낀다. 좀 더 상세한 도면이 필요하거나 설명이 필요하거나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맞지 않는 형편의 현장이라면 대안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인간의 몸이 움직여서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정성이 필요하다.

연인을 만나기 전날은 저녁부터 만나는 순간까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처럼, 건축의 완성은 연인을 만나는 일과도 같게 느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꽉 차 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완성되는 순간은 마치 연인을 만나듯 설레고 궁금한 순간이다.

마치 연인과의 따뜻한 ‘뽀뽀’가 기대되듯이 말이다.

건축물을 디자인 하는 과정에서 생겼던 수많은 상상력이 직접 구현되는 순간의 즐거움이, 건축인들이 힘든 과정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 마무리에는 따뜻하고 달콤한 뽀뽀 같은 느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