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강원도 용평은 아직 봄맛을 느낄 수 없었다. 해발 700미터의 청정지역으로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현장인 용평은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 서울보다도 1달여 더디게 계절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계절의 시계추는 3월초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한창 만발한 서울과는 달리 용평의 산에는 봄이 아직 오지 않았다. 용평 스키장 정상부근에는 일부 잔설이 남아있고 봄꽃들은 움틀기미마저 보이지 않았다. 진달래 등은 5월초나 꽃을 피운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날씨만큼이나 쌀쌀한 분위기였다. 지난 2월 이후 각 종목별로 올림픽 테스트 대회를 열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1박 2일 일정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을 둘러보면서 만난 조직위 관계자들마다 돈 걱정을 태산같이 했다. ‘적자올림픽’으로 잘못하면 ‘실패올림픽’이 될까봐 고민이 깊었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LG상사 CEO를 지내 관계와 재계를 두루 경험한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위원장은 “체육인 출신이 아닌 제가 올림픽조직위 위원장을 맡은 이유가 바로 돈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파문 등으로 부족한 돈을 충당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성공한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한 평창 동계올림픽 총 운영예산은 수입 2조 5천억원, 지출 2조 8천억원이었다. 부족금액은 3천억원 수준으로 부족재원 확보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형편이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지난 6일 유일호 부총리의 조직위 방문 때, “지금까지 민간기업의 후원은 9400억원을 목표로 현재 8670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공기업과의 계약은 아직 전무하다”라고 보고하면서 공기업 지원을 건의했다.

이희범 위원장은 산업자원부 장관시절 자신이 임명하거나 안면이 있는 공기업 사장은 물론이고 전혀 인연이 없는 이들까지 직접 찾아가 지원을 호소하고 있으나 5월 9일 대선이후 보자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공기업들이 대선이후로 미루는 것은 실제로는 올림픽 지원을 안 하겠다는 의미나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공기업 사장들은 대선이후 대부분 교체 가능성이 높고, 새 사장은 정부 부처 장관이 확정되는 8월 이후나 임명될 가능성이 많아 공기업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은 산악지역에서 겨울에 열리는 관계로 전력, 도로, 철도와 같은 공기업이 후원기업으로 참여한 해외 사례가 많으며, 전경련에서도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에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기업 참여 필요성을 이미 제기한 바 있었다. 조직위는 전력공급, 선수촌아파트, 올림픽메달 및 기념화폐 제작 등 물품 및 서비스를 공기업으로부터 유상으로 제공받고 있으므로, 독점적 공급권을 갖고 있는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후원을 받으려 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전기료 및 시설부담금으로 조직위로부터 약 700억원을 받게 돼 올림픽에서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림픽 스폰서 참여는 주저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본은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정부와 조직위, 언론, 기업 등이 합심해 노력하고 있는데 올림픽 스폰서 예상목표액 1조 4천억을 지난 1월 현재 286% 초과달성한 4조원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집무실에 스폰서 유치 현황판을 걸어놓고 기업의 올림픽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등 정부에서 올림픽을 적극 후원하고 있는 실정이나 우리나라는 황교안 대통령 대행체제를 맞아 정부가 나서서 올림픽 지원을 주도적으로 하지 못해 대조적인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경제지서는 ‘평창올림픽, 공기업 돈 뜯어 치른다’는 내용의 사설 등을 게재해 공기업의 올림픽 참여에 반대하기도 했다. 

3번 도전 끝에 이뤄낸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로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된다. 10개월여 남은 기간 재정문제를 해결해 내년 성공한 올림픽을 만들고 화려한 봄날을 맞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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