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운동 세계에서 위대한 선수란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의 문제는 여러 체육학자뿐 아니라 성공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된 관심 분야의 하나이다. 탁월한 재능을 갖고 일찌감치 천부적인 실력을 발휘하는 ‘천재형’이 있는가 하면 철저한 훈련을 통해 기량을 닦아 노력으로 이룬 ‘대기만성형’도 있어,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맞다고 하기는 쉽지 않다.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하며, 1만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든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래드웰의 주장은 김연아, 빌게이츠가 1만 시간, 10년 이상 한 분야에 집중적인 노력을 쏟아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됐다는 사실로 뒷받침했다. 30여년 이상 체육 현장을 지킨 필자도 글래드웰의 견해에 공감한다.

최근 모 스포츠포럼의 상반기 회보 편집장을 맡아 여러 대학교수들과 기획회의를 갖고 기사 아이템을 논의했다. 마침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1년을 앞두고 동계올림픽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기훈(49)의 개인적 근황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좋은 인물기사라는 생각으로 김기훈과 평소 관계가 있을 빙상인들을 수소문했다.

일부 빙상인들은 그의 거취를 알고 있었지만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 스포츠관계자들은 최근 동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그는 대학교수가 돼 있었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쇼트트랙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대한민국 동계올림픽 최초의 메달리스트로 기록됐던 김기훈은 1997년 선수에서 은퇴를 한 뒤 주니어 및 국가대표를 지도하고 2007년부터 울산과학대 스포츠지도과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흔쾌히 원고청탁을 수락한 그가 보내온 글의 제목은 ‘꿈이 나를 한국 최초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었다’였다. 글에는 선수 초창기 때의 경험이 잘 소개돼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허약했고 이 때문에 운동을 시작한 난 뛰어난 체격조건과 훌륭한 운동신경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었다. 하체운동에 좋다고 처음 시작한 운동이 스피드 스케이팅이었다. 따라서 흔히 스포츠 선수가 꿈꾸는 올림픽도 목표가 아니었다. 실제로 학교 빙상부 활동을 하며 국가대표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으나(중략) 생각지도 못하게 대표팀에 뽑혔다. 그리고 갑자기 꿈이 생겼다. 쇼트트랙 세계 1위가 되겠다는 꿈이었다. 추석도, 설날도 없었다. 휴식시간에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보면서 그 선수들의 기술을 공부했고 연습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갔다.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뭔가에 미친 듯이 몰두한 적이 없었다. 꿈이란 그런 힘을 가진 것 같다.”

김기훈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시범종목이었던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의 한국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 마침내 꿈을 이뤘다. 

그는 글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올라서는 순간 왜 그리도 떨리고 감격스럽던지 손에 땀이 나고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그 순간은 세상을 다 얻은 듯 날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고 밝히며 꿈을 찾아 노력하는 과정이 충실하면 누구든 운동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훈은 선수 은퇴 이후에 한체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꿈을 갖고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지만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든 기회는 찾아오는 법이다. 운동뿐 아니라 여러 직업 분야도 진지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하고 행동한다면 ‘제2, 제3의 김기훈’은 항상 나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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