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유명 프로 스타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많은 체육인들이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고 “편향적이다”라고 말할 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국가로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얼마든지 자유스럽게 밝힐 수 있다. 대선에서 체육인들의 특정 후보 지지선언은 이번만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중요 선거 때만 되면 체육인들이 나서 특정 후보 지지선언을 하거나 지원 유세에 나섰다. 

체육인들의 정치 참여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본격화됐다.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문대성씨와 탁구 사라예보의 영웅 이에리사씨가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었으며, 사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박종길씨는 문화관광부 차관으로 입각, 체육행정 사령탑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체육인들이 특정 후보 지지에 많이 참여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체육 국정농단이 큰 원인이 됐다. 박 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최순실씨가 체육사업 특혜의혹과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비리 등으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어 체육인들의 반발이 컸다. 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것이 의심 받는 등 국민의 신뢰가 저하된 상황에서 스포츠의 미래 비전과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차기 정부의 스포츠 정책을 기대하는 목적으로 특정 후보 지지에 나선 측면이 있다.

따지고 보면 한국스포츠가 정치와 연관이 안 된 적이 별로 없다. 일제강점기 손기정 선생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했을 당시, 동아일보가 우승한 그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움으로써 일어난 ‘일장기 말소 사건’은 민족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에 런던올림픽에서 태극기를 앞세워 해방이후 첫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국위선양을 위한 행위였다.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체력은 국력’을 내세우며 경제적 발전과 함께 스포츠를 국력 확장의 도구로 삼기도 했으며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은 정치문제와 사회문제를 국민들에게 감추려 했던 ‘3S 정책’의 일환으로 스포츠를 활용했다. 식민지정책으로 알려진 ‘3S 정책’은 영화(Screen), 섹스(Sex), 스포츠(Sports)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88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은 성공적으로 개최했지만 당시 국내의 정치적 과오를 덮기 위한 기회로도 이용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것도 경제적인 위기를 맞은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며 경기 부활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속성이 잘 드러난다. 정치인들이 경기단체장을 맡거나 체육인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일면은 체육이 갖고 있는 성격을 꿰뚫어보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주의도 스포츠와 정치가 서로 연결돼 있다. 흑인차별을 딛고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재키 로빈슨, 성 평등을 주장한 테니스 빌리진 킹, 1968년 멕시코올림픽 육상 200m 시상식에서 검은 주먹을 치켜세운 존 카를로스와 토미 스미스 등 많은 역사적 순간과 인물들이 정치, 사회적 이정표를 만들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러 편견과 개별적 의견을 갖고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통과 화합을 갈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사회적으로 감춰지기를 바랬던, 분열과 대립을 가져올 수 있는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여러 문제들을 푸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수단이라는 말이 있다. 스포츠와 정치의 연결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올림픽과 중요 국제대회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한 행위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이번 대통령선거일정은 5월 9일 선거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선거가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선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도 결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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