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짐승에 비해 한없이 유약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학자, 과학자들은 나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불의 발견, 직립보행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 소통 즉 정보의 교환(Exchange of Information)을 통한 진화라는 요소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보란 인간의 판단이나 행위에 필요한, 또는 상황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는 지식으로 관측이나 경험, 측정, 실험에 의한 데이터를 통해 수집된다고 정의되고 있다. 정보를 뜻하는 영어 information은 내부(in) 형태(form)가 나타난다는 의미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타인이 보게 한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렇게 사전적 정의로서만 본다면 한글로서의 정의는 지식의 축적이라는 측면이, 영어에서의 정의는 지식의 교환이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물자의 생산, 거래, 교역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부족한 어떤 것들을 채워왔으며, 필요한 생산물 거래에 역할을 해 줄 누군가, 즉 중개상인이 등장하게 됐다. 이 중 고대 지중해 해상무역을 지배했던 페니키아는 북 아프리카는 물론 레바논, 이스라엘, 시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지중해 대부분의 광대한 지역에 걸쳐 여러 도시국가를 형성했으며, 이를 토대로 강력한 무역 중개루트를 구축하고 도시 간 상업망 연계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

페니키아인들은 알파벳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른바 페니키아 알파벳이라 불리는 본 생성 문자는 지중해 여러 지역에 전파됐으며, 훗날 아랍어는 물론 고대 그리스·로마의 알파벳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들 알파벳이 현대 알파벳의 모태가 됐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알파벳을 만들었을까? 바로 원활한 정보의 교환에 대한 강력한 갈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데, 그들이 최초로 사용한 문자는 사물의 형태를 본떠 만든 일종의 그림문자인 상형문자였으며, 표현의 한계는 물론 사용 난이도 또한 쉽지 않아 해상무역을 주력산업으로 하는 산업의 특성상, 정보의 쉽고 신속하며 정확한 전달·교환이 매우 중요한 요소였던 페니키아인들에게는 매우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 극복하기 위해서 그들은 효율적이고 이해하기 쉽고 배우기 어렵지 않게 표현을 전달할 수 있는 문자가 절실히 필요했으며, 이에 대한 욕구로 탄생한 것이 바로 페니키아 알파벳이라 할 수 있다.

본 문자는 기존의 상형문자와는 달리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문자를 몇 가지의 음소(sound element; 음을 만드는 요소)를 조합해 만들어 내는 것으로 당시로선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지중해 전역 주요 도시를 잇는 광대한 무역망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사용한, 쉽고 편리한 본 문자가 해당 도시는 물론 유럽 전역에 빠르게 전파, 확산됐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며, 이로써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알파벳의 시초가 됐던 것이다. 페니키아 알파벳은 단지 원활한 정보전달, 교류를 추구했던, 우리에겐 거의 잊혀진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에 존재했던 지중해 무역상들이, 인류에게 선사한 가치평가가 불가한 위대한 선물이었으며, 이를 통해 인류는 엄청난 진화, 진보를 이루었던 것이다.

인터넷은 또한 어떻게 탄생됏던가? 위 페니키아인들의 욕구와 마찬가지로 보다 쉽고 편리하게 정보를 교환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생겨나지 않았던가? 미-소 간 냉전이 절정이던 1966년 미 국방 관련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미 국방부 산하의 한 부서였던 첨단연구프로젝트국(ARPA;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이 다수의 학교와 기업 연구소들 간의 데이터를 용이하게 교환하고, 각각의 재원을 공유하며, 계산비용을 절감하고자 개발한 컴퓨터 네트워크인 ARPANet(ARPA Network)이 전 세계 컴퓨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만든 현재 인터넷의 시초가 됐던 것이다. 인간은 상호 끊임없이 교류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이를 활용해 좀 더 고도화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에 대한 원리를 연구하고, 개선하며, 새로운 이론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행위는 편리함, 유익함을 찾고자 하는 욕구이며, 이를 위해서는 인간 상호간 정보 교환이 필연적이었던 것이며, 그렇게 인류는 진화돼 왔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소통하고 교류하며 의존하는 하나의 거대한 운명 공동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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