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휴대폰이 등장해 이제는 일상의 필수품 아니 상당수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신체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심지어는 휴대폰이 주변에 없으면 불안증세를 느끼는 일종의 휴대폰 중독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 75%는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61%는 취침시 베개 또는 침대 옆에 휴대폰을 거치해야 안심하고 편히 잠을 잘 수 있다는 통계가 발표된 바 있으며, 스마트폰에 심취돼 거리를 걷는 모습이 마치 좀비와 비슷하다하여 생긴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Smombie)라는 용어도 등장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 학자들이 이 같은 다수 이용자들의 휴대폰 중독을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전자파에 대한 과다한 노출로 생길 수 있는 인체적 피해를 종종 언급하고 있다.

흔히 전자파라 알려져 있는 전기자기파란 전기장과 자기장이 합쳐져서 공간을 전파(Propagation)해 나가는 파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은 1864년 발표한 ‘전자기파이론’에서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수직으로 위치하여 크기를 변화하며 초당 약 30만㎞의 속도로 전파되고, 빛(light/ray) 또한 전자기파의 일종이라고 주장했다. 맥스웰 사후 다수의 연구에 의해 전자기파의 기본 입자가 광자라는 것을 밝혀냈으며, 여러 주파수 대역 중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즉 가시광선대역의 전자기파를 빛이라 정의했고, 빛의 속도는 주파수와 파장의 곱으로 계산된다는 것을 확인해 맥스웰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시켜 주었다. 주파수와 파장(파동)이란 말을 번갈아 사용함에 따른 혼동이 있을 수 있는데, 주파수란 1초에 발생하는 진동수의 합계를 의미하며, 파장이란 단 한번의 진동이 발생한 시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로 보면 파장이 크면 진동수는 적어지고, 파장이 짧으면 진동수는 커진다는 말이 된다. 즉 두 측정치는 서로 역의 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인데, 전자기파는 진동수(㎐, 헤르쯔)의 크기에 따라 저주파, 단파, 초단파, 극초단파 등 여러 대역으로 구분되며, 인간에게 위해한, 즉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주파수는 거의 극초단파급 이상의 짧은 파장을 가지는 주파수로 볼 수 있다.

잠시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노트북, 휴대폰, TV, 와이파이 중계기, 전자레인지, 전기장판 등 전자파를 이용한 상당수의 전기제품이 널러져 있으며, 이들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리는 수많은 전자파와 평생 동반여행을 하고 있다. 이들 제품들은 통상 파장이 매우 짧은 극초단파급의 전자파를 사용하는데, 파장이 짧은 전자파가 위해하다고 하는 근거는, 매우 짧은 파장은 우리 몸의 피부와 같은 저밀도의 물체는 통과하고, 신체 내부에 있는 뼈, 근육 등과 같은 고밀도의 장기에 접촉하여 전자기파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열을 전달하는데-신체검사 시 흔히 사용하고 있는 X선(엑스선) 검진도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적 열의 전달이 신체 내 면역체계 파괴 등 이상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결과를 보면 이러한 전자파의 신체 내부에 대한 지속적인 열의 투사는 정상적인 세포활동을 방해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백혈병, 뇌종양, 유전자 변형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하며 전자파의 위해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전자파가 인체에 위해한 것이며 피해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자파 위해성을 소개하는 방송, 기사 등이 흔히 등장하면서 이를 흡수하는 식물, 예방법 등 여러 가지가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 전자기기에 사용되고 있는 주파수는 실상 가시광선 이하 대역인 파장 1㎜(밀리미터) 이하 주파수가 대부분이며, 이 경우 신체의 장기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위해성이 있다고 보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비록 미약하지만 끊임없이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공간에 온종일 오롯이 노출되어 있는, 그러한 일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언제고 발생할 수 있는 인체에 대한 위해성을 인식하고, 생활패턴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라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자파 없는 세상은 상상불가하며, 전자·통신산업의 발전 및 이를 통한 인류의 진화는 전기, 전파의 등장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실재하는 존재에 대한 감사함과 이를 대하는 우리들의 겸손하면서도 신중한 태도가 작금에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