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진흥협회 IT 전문위원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은 상당 부분 유사한 개념으로, 서로 의존하면서 확대 발전하는 공동체의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통상적으로는 ICT산업이 IT산업 중 하나의 부분 영역으로 분류돼 사용하고 있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IT산업이란 정보의 교환, 저장, 관리, 개발, 처리 등에 필요한 기술로서 반도체, 컴퓨터 등 전자산업이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으며, ICT산업이란 말 그대로 디지털 기반으로 생산된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필요한 기술로 인터넷, 모바일 통신, SNS 관련 기술 등을 의미하고 있어 IT산업의 일부 영역으로 축소돼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사실 19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컴퓨터와 통신산업은 서로 다른 분야의 산업으로 인식됐다. 즉 입력된 정보를 저장, 연산, 처리하는 주 기능으로서의 컴퓨터와 인간의 음성을 기계적 혹은 전자적 방식으로 변환하여 상대에게 전달하는 전화교환, 텔리텍스트 등 단순 원거리 문자 전송 등 통신서비스를 같은 분야 산업으로 생각하기에는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서는 다소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1990년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성장을 하게 된 인터넷의 등장으로 연계된 두 가지 형태의 산업은 최근 들어 방송과 통신, 모바일과 콘텐츠의 융합 등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융합서비스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이렇듯 수많은 새로운 기술을 통한 융합서비스의 출현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 세태에서, 많은 기업들은 보다 업그레이드된 차별화된 기술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우리는 ‘내쉬균형(Nash Equilibrium)’ 제안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쉬균형’이란 상대의 전략을 예상할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전략을 선택하여 형성된 균형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는 ‘밴드웨건’ 효과와 같이 유행이 형성되는 지점에 투자와 인력이 모여 보다 큰 시장을 형성하는 일종의 따라 하기 전략과는 구별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내쉬균형’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를 제안한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John Forbes Nash)는 ‘죄수의 딜레마’란 이론을 적용하여 사례를 설명하고 있는데, 실상 이보다 더 유명한 것은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그의 일대기를 그린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2001)’에서 등장한 퀸카 선택 사례를 들 수 있다.

영화의 한 장면은 존 내쉬가 친구들과 함께 클럽을 방문하고, 여기서 일단의 여성들과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자 시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의 동료들은 국부론의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들추어내며, “개인 스스로의 이익을 최대화하고자 하면 그 모든 효용들이 극대화되어 궁극적으로는 전체에 대한 최대의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하며 이에 따라 모두 퀸카에 접근하려 한다. 그러나 내쉬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개인의 효용 극대화가 오히려 전체의 효용 최소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당시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이론을 제시한다. 즉 자신을 포함한 모든 동료들이 퀸카라 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여성을 선택했을 때, 나머지 다른 여성들은 그들 일행과의 만남을 거절할 것이며, 혹여 남성 중 협의를 통하여 한 명이 퀸카를 선택했을 경우에도 타 여성들의 자존심이 기타 남성들과의 만남을 거절할 것이기 때문에 이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결국 퀸카를 제외한 나머지를 각각 선택한다면 커플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각자는 퀸카와의 커플이 이루어지는 자신이 바라는 최대효용은 아니지만, 모두가 일정 수준 만족하는 최적의 균형, 즉 내쉬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본 이론에서 보듯이 투자는 반드시 그에 따른 이익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는데 해당 기업의 역량에 맞지 않는 유행에 따른, 혹은 과다한, 특정 분야에 집중돼 파이가 적어지는, 이러한 투자는 오히려 투자효과를 반감하고 오히려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내쉬 불균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IT기반, ICT산업 중심의 융합서비스 출시라는 거대한 타이틀이 아닌, 자신들이 보유한 기업의 역량에 맞게 현 추세에 가장 적합한 타깃 분야를 선정해 전략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mind set-up이 새삼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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