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4차 산업혁명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기술혁명이 곧 시작될 것이며, 이 혁명은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매우 빠른 속도로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돼 획기적 변화를 주게 될 4차 산업혁명이 될 것이다”라고 주창하는 강렬한 충격 선언으로 그 개념을 대중화시킨 바 있다. 통상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은 인더스트리 4.0이라 표현되기도 하며,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낸 차세대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초지능’ ‘초연결’을 특징으로 하고,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무인운송수단, 3D프린터, 나노기술 등 6대 분야의 신기술을 본 산업혁명을 이끌 선도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산업혁명의 역사를 살펴보면 증기엔진 발명으로 당시 수공업의 기계화 대체가 가능해진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촉발된 1차 산업혁명과 전기의 등장으로 대량생산이 시작된 19세기말~20세기 초의 2차 산업혁명, IT기반, 컴퓨터 생산자동화 및 디지털 기반 정보시스템 구축이 이루어진 1960년대 말~2000년대 초 3차 산업혁명이 있었고, 그리고 이제 4차 산업혁명이란 의제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의 발전 단계를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A.H.Maslow)의 욕구 5단계설에 근거해 설명하기도 하는데, 가령 1차 산업혁명은 1단계 욕구인 생리적 욕구충족으로, 기계기술로 인간의 생존욕구 충족 및 의식주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소시켰으며, 2차 산업혁명은 2단계 욕구인 안전 및 편리함에 대한 욕구충족으로, 전기제품의 등장을 통해 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켰고, 3차 산업혁명은 소속감에 대한 욕구충족으로, 인터넷 기술을 통한 관계망 형성으로 인간의 연결 욕구를 만족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본 주장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충족시킬 인간의 욕구는 사회적 단계인 자아존중욕구(Esteem needs) 혹은 자기표현 욕구충족인데, 인공지능 및 로봇의 등장으로 노동량이 감소하면서 생산을 위한 노동시간 및 일자리는 감소하지만 자기표현 일자리는 새롭게 생성돼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킨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IBM이 제작한 인공지능의사 왓슨(Watson)의 경우 전문의가 처리하고 있는 매우 민감한 치료법도 척척 해내고 있고, 환자들의 신뢰도도 높아 최상의 고급두뇌라 할 수 있는 의사들마저도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단순·반복적인 일은 물론 복잡하고 세밀한 처리가 필요한 분야까지도 인공지능과 정보통신, 기계공학이 결합된 로봇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소멸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는 당연하며, 한편으로 두렵고 암울한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세계경제포럼 분석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IoT가 결합된 로봇의 등장으로, 제조업 등 분야에서 약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 컴퓨터 분야에서 약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예측하고 있다. 예측만으로만 보아도 약 500만개 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며, 경제인구 500만 일자리 상실은 2016년 국내 4인 가족 월 평균소득(약 540만원)을 감안할 경우, 약 300조 가량의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소득의 상실은 세금부족으로 인한 국고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실직으로 인한 복지수준 하락과 투자 저하로 인한 산업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대한 문제점은 빈부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즉 인공지능이나 IT업계 전문인력과 그 외 제조업 종사자 간의 임금격차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나타난 세대 간 디지털 기기 사용능력 격차인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 Digital divide)로 인한 소득 불균형을 훨씬 뛰어 넘는, AI Divide가 생겨날 수도 있다.

이에 따른 신중한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전의 산업혁명을 통한 경험에서 보듯이, 분명 인간이 수행했던 일부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연관된 새롭고 고도화된 일자리가 창출돼 인류발전에 공헌해 왔다. 일자리 대체로 인해 생긴 시간적 여유와 관계 강화 욕구를 만족시키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서비스 창출과 지식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는 지식산업 분야 집중 양성도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기계와 인격을 가진 인간과의 공생을 위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