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수도 서울의 주말의 모습은 한쪽은 탄핵하라 다른 한쪽은 탄핵 반대한다며 서로 편이 나뉜 듯 국민들의 집회가 벌어진다. 로마시대도 아닌데 광장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준비성도 철저해서 플래카드를 들고 촛불을 들고 태극기마저 들고 나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낸다. 그런데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내가 듣기 좋아라 하는 말은 환호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말은 야유하며 밀쳐낸다. 주말이면 약속이나 한 듯 광화문광장을 빼곡히 메우다 이제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역으로 몰려들어 종로까지 북새통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눈길이 집중되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그 유명한 빨리빨리를 재촉하기 위함이다.

무엇이 그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는지 단순 애국충정인지 또 다른 무엇인지 수많은 플래카드와 일치된 홍보물과 의상이 아이러니하다. 조직적으로 준비해도 그렇게 아귀가 잘 맞기는 힘들 터인데 우연치고는 기이하다. 가뜩이나 주목받지 못하고 잘되는 것이 없는 인생, 내 목소리 크게 내며 도로 한복판을 행진하는 것이 좋은 건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기는 하는 건지 똑같은 말들을 반복하며 무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들은 내게 좋은 말, 나에게 이익을 가져올 말들은 환호하고 목청껏 외쳐대며 조금만 다른 표현을 해도 금방 눈빛을 달리하며 응징하기 바쁘다. 그네들 모임 속에는 법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일단은 자신들의 말을 들어 주어야 하고 자신들의 말대로 따라 주어야 올바른 정치가 된다.

과거 서로의 의견을 나누던 광장민주주의는 장단이 있었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개성들이 강한 사람이 있고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또한 사람을 따라다니는 장사치가 물건을 팔기에 열을 올려댄다. 모인 목적들은 다르겠지만 시원하게 발산을 한다는 점에서 무언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우리는 아직도 온전함을 가지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시스템적인 불완전함에 갑갑한 대중들이 직접 소리를 낼 수 있는 광장으로 몰려 나와 표출은 하지만 제도가 변한 것은 그 이유가 있다. 로마시대의 광장은 시민들의 감성을 건드려 제목소리를 내도록 하였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 뛰어난 연설가가 나오고 그를 통해 자신들의 감성을 호소한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이다. 진정한 광장의 민주주의는 감동이 아닌 이성적 설득으로 인한 지지이다. 감동을 위한 감성자극은 인기몰이를 위한 선동가에 의한 전략이자 그들의 목소리는 말뿐인 공약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광장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업된 기분에 자기 제어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제어가 되지 못하는 분출은 객기가 된다.

한 목소리가 아닌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제어하는 행동과 말은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존중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당연한 듯 뒤집자는 막무가내의 행동은 있을 수 없다. 몰려든 그들이 국회도 아니고 헌법재판소도 아님에 이를 넘어서는 막무가내식 행동은 곤란하다. 또한 이들의 눈치를 보며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이러한 분위기를 등에 업는 의도적 행동을 하는 정치인 역시 구분해 내야 한다. 진정 무엇을 위한 집회인지 바르게 가고 있는 것인지 되짚어 보아야 할 때이다. 그 유명한 빨리빨리의 냄비 근성이 또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알아챘을 땐 이미 너무 늦어버리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매우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안팎으로 벌어지는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고 긴박해서 비상체계가 24시간 가동돼도 제대로 된 대응이 버거운 지경이다. 작금의 상황이 블랙홀처럼 국정을 모두 빨아들이니 비상시국에 무장해제로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음을 모두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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