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엎친 데 덮친다고 어렵고 나쁜 일이 연속으로 일어난다는 말은 바로 요즘의 우리나라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진다. 최순실 사태 이후 맥을 못 잡는 정치적 혼란 속에 경제적 위기가 가슴을 압박하고 여기에 전염병들이 덮쳐왔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사상 최고의 달걀 값을 치르고 설을 지냈고 수만 마리의 닭과 오리들이 살처분 당했다. 덕분에 달걀은 수입까지 했고 닭의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 AI가 다 사그러지기도 전에 우제류 동물의 전염병인 구제역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구제역 파동 때 역대 최대의 소들을 살처분 하면서 우리는 부실한 뒤처리에 환경오염까지 걱정했고 다시는 전염병이 번지지 않도록 백신을 맞추도록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전염병이 돌고 있고 기세가 심상치 않다.

병이 발병하는 것은 예방할 수 있고 예방했음에도 병이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으로 전염을 단속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안이한 관리자들의 대응이 전염병의 전파를 부추겼다. 최초의 AI 전염병 의심 신고에서 관계기관들이 비상체계로 움직인 것도 아니고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의 단계로 발령되는 시점이 이미 전 지역에 병이 확산된 이후라고 하니 지진이 다 훑고 지난 다음 지진이 일어났으니 대피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과 다름없다.

어찌된 일인지 전염병도, 사고도 초동 대처에는 항상 안이함으로 일관한다. 매일 그렇고 그런 똑같은 패턴의 업무를 하는 사람의 매너리즘인가. 항상 만전을 대비하는 긴박함과 최선의 업무 능률은 감사 때 외에는 볼 수 없는 것인가. 한두 번도 아니고 반복되는 안이함과 무능력함이 안타깝다.

한번 엄청난 사태를 겪고 백신을 맞춰 병을 예방하자며 관리 모드로 들어갔으면 꼼꼼히 관리하고 예방했어야 병의 발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발병하는 케이스는 바로 격리 차단하고 원인을 연구하여 뚫린 방어막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진행되고 관리되지 못하고 있음이다. 사고가 터지면 이렇게 하자 한마디에 우르르 몰려서 하는 척 하다가 어떻게 마무리 되면 또 안일한 매너리즘으로 돌아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을 반복하니 반짝하고 바쁠 때는 사고 때뿐이다. 보이지 않는 직무라고 안일한 태도를 취할 수 없는 것이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도리이다. 그들의 잠깐의 안일이 대형 사고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비록 안팎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공무원들이 있으면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나무가 비바람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뿌리가 땅속에서 양분을 빨아들이며 단단히 기초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이 어수선하다고 관리자가 없다고 자신의 직무를 잊어버리거나 허술히 한다면 위험의 순간을 견뎌낼 수가 없다. 한 사람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직무에 충실히 도리를 다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게 직무에 충실한 사람들이 많으면 커다란 나무처럼 웬만한 시련에는 흔들림이 없다. 가축의 전염병은 도리 없이 살처분하고 땅에 묻히는 가축도 가축이지만 축산농가에는 또 엄청난 빚으로 연결되는 시련을 준다. 살기 힘든 시기에 하루 아침에 운용자산을 모두 잃어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하기에 그 막막함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를 만큼 큰 부담이다. 긴 경기침체에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는 국민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를 안다면 관련부서에서는 보다 빠르게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탄탄한 방역체계로 일파만파의 피해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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