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우려했던 대로 20대국회 첫 국정감사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최근의 정세는 청와대와 직결된 굵직한 의혹들이 맞물린 상황이기에 국감에서 소수 여당인 새누리당의 적극 협조를 기대하기도 무리였다. 여권 입장에서 보면 ‘총력 방어’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만큼 여권은 여러 가지 악재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시작부터 ‘국감 보이콧’을 비롯한 각종 파행과 이정현 대표의 단식투쟁까지 불사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다양한 명분을 들어 국감을 흔들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국감까지 정략의 대상인가

우리 헌법은 61조 1항에 국회의 권한으로 국정을 ‘감사’하거나 ‘조사’할 수 있는 근거를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을 통해 구체적 사안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로 좀 더 효율적인 국정감사와 조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 놓았다. 물론 보완할 내용이 적지 않지만 크게 본다면 행정부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입법부의 중요한 권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해 놓아봤자 이를 운용할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면 답이 없다. 특히 여권이 똘똘 뭉쳐 소극적으로 나오면 더 할 말이 없다. 자료제출부터 증인채택, 국감운용과 보고서 작성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감사 무용론’이 나올 것이고 여야가 한꺼번에 여론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자칫 지금의 국정감사도 결국 이런 수순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뿐이 아니다. 정부가 제출한 일부 자료에는 핵심이 빠져있고 어렵게 부른 증인마저 딴소리를 한다면 이것은 국정감사가 아니다. ‘국감무용론’을 넘어 오히려 ‘국감폐해론’을 지적해야 마땅하다. 피감기관장이 국회에서 엉뚱한 소리나 하고 핵심 증인마저 출석시키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감시와 견제 기능은 작동되지 않는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막강한 행정부는 사실상 ‘괴물’이 돼 버릴 것이며, 그럼에도 정부의 잘못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채 국정감사가 끝났다고 한다면 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얘기가 되겠는가.

지금의 국정감사는 지나칠 정도로 ‘정략’에 휘둘리고 있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여권의 인식과 일부 증인들의 뻔뻔함은 몰상식을 넘어 충격적이다. 과연 이런 식으로 계속 끌고 갈 것인가. 여소야대 정국이다. 그리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것이다. 이참에 국정감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상시국감 체제’로 가던지 아니면 소수 정당이 국감을 무력화 시킬 수 없도록 근본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국감을 우습게 만드는 일부 증인들의 언행도 이대로 둬선 안 된다. 끝까지 진실을 소명케 하고 법적 처벌도 더 강화해야 한다. 여름철 소나기 피하듯 잠시 우산만 쓰면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이런 국감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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