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평론가 

 

남북 관계 경색이 장기화되고 있다. 아니 ‘경색’ 국면으로 보기도 어렵다. 어쩌면 일촉즉발의 ‘긴장’ 국면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최근 들어 더 직설적이고 강경하다.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는 북한 ‘군인’과 ‘주민’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테니,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기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상 북한 체제의 내부 동요와 붕괴를 염두에 둔 초강성 발언이라 하겠다.

안보이슈, 대선 프레임으로 작동할까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은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 압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선도적 메시지’의 성격이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당사자로서 북한의 실상을 거듭 재확인하면서 이대로는 북핵과 미사일을 막을 수 없으니 국제사회가 더 협조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리고 북한 군인과 주민들도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사 듣는다 하더라도 대규모 탈북이 현실화 될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가능성이 있다하더라도 그 방법과 수단은 거의 없다. 물론 우리도 대규모 탈북을 받을 수 있는 준비도 안 돼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선언적 의미가 크다.

그렇다면 그 선언적 의미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분히 국내 정치용 메시지가 크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황을 이른바 ‘안보 정국’으로 프레임을 이동하면서 임기말 레임덕을 차단하고 나아가 새누리당 내부의 단합과 여권 지지층의 결속을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게다가 덤으로 야권의 총공세를 무디게 만들면서 주요 정국현안을 어느 정도 물타기 할 수도 있으니 이 또한 나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국정감사 시즌이 아니던가.

이 뿐이 아니다. 지금의 국면을 더 연장시킬 경우 내년 대선 때도 여야 간 대결 구도를 ‘안보 프레임’으로 재편시킬 수 있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남북 간에 험한 말까지 오가는 지금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이다. 미국에서는 공공연히 ‘북한 타격설’까지 나오고 있다. 자칫 북미 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도 당사자가 될 뿐이다. 대선 프레임이 프레임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대한 지나친 긴장감은 오히려 대선정국에 대한 ‘전략적 오판’을 하기 십상이다. 특히 수세에 있는 야권이 주의할 대목이다. 어떤 경우에도 대선은 치러질 것이며, 국민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헌법적 권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특히 강조할 내용이 있다. 국민은 생각보다 현명하다는 점이다. 최근의 주요 선거에서 남북문제나 안보이슈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거센 역풍이 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 유신시대를 연상케 하는 ‘안보 장사’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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