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청와대 권력이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국민의 분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심지어 그동안 굳건했던 대구· 경북의 60대 이상 핵심 콘크리트층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은 임기 동안 제대로 된 국정운영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이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겠다면 버틸 수야 있겠지만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추락해버렸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몰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진실은 밝히되 공세는 과유불급 

최순실 게이트는 게이트 역사상 역대급이다. 이만큼 폭발력 강하고 또 이만큼 비리의혹의 연결고리가 광범위한 것도 없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내내 논란이 됐던 ‘비선실세’의 몸통이 수면위로 부상한 것이며, 그 범위는 정치와 경제, 문화 등 미치지 않은 영역이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학생과 교수들의 시국선언과 대규모 장외집회가 줄줄이 이어지는 등 국민적 저항도 거의 폭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 자체의 운명이 걸린 듯한 분위기라 하겠다.

성난 민심에 놀랐던 것일까. 청와대는 일단 ‘인적쇄신’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듯하다. 제일 손쉬운 방법이다. 새누리당도 두말없이 ‘특검’을 수용했다. 이 또한 제일 쉬운 방법이다. 산하로 번지는 들불을 끄기 위해서는 당장 할 수 있는 제일 손쉬운 방법을 찾는 것이 수순이다. 그러나 청와대 인적쇄신은 이미 늦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 가운데 몇 명을 잘라낸들 이미 늦었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생색이라도 내겠다는 것뿐이다. 새누리당의 특검 수용도 별 기대할 것이 없다. ‘상설특검’으로 가면 특별검사의 자질은 보나마나이다. 게다가 수사 대상과 범위 등에서도 한계가 명확하다. 자칫 시간만 벌어주는 모양새가 되기 십상이다. 새누리당이 특검을 덥석 받아들인 것도 이처럼 ‘꽃놀이패’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야권이 좀 더 냉철해야 한다. 마음 같아선 탄핵이든 하야든 밀어 붙이고 싶을 것이다. 벌써 그런 얘기를 하는 야당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내년 말 정권교체를 최종 목표로 한다면 시류에 휩쓸리는 것은 금물이다. 자칫 역풍을 초래하고 여권 지지층만 더 결속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되치기’를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선 진실규명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상설이 아닌 별도의 특검으로 가야 한다. 최순실 압송은 그 연장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국회 차원에서의 국정조사도 해야 한다. 치밀하게 준비하되 서두를 필요는 없다.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박근혜 정부의 치부를 생생하게 국민 앞에 공개하면 된다. 이쯤 되면 여권은 민심으로부터의 고립을 피할 수 없으며 내부의 갈등과 분열은 더 심해질 것이다. 시간은 야당 편이다. 따라서 지금은 무서울 만큼 냉철하게 ‘저강도 전략’을 준비해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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