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지키는 이정현·당지도부
우 수석 사퇴 요구하는 비박계
심재철 “본인이 거취 결정해야”
당협 조직 정비도 갈등의 씨앗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새누리당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를 놓고 내분에 휩싸일 조짐이다. 이정현 대표와 친박(친박근혜) 중심의 당 지도부가 우 수석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당내 비박(비박근혜)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는 특히 이정현 대표의 ‘거리두기’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우 수석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작 이 대표는 입을 닫은 채 당내 입장 정리마저 외면하고 있어서다.
비박계인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본인이 결정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라며 “검찰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이 검찰을 지휘하면서, 또 조사를 받는다는 게 아무래도 어색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의혹 제기만으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우 수석의 입장에 대해선 “그럴수록 본인은 아무런 제한조치 없이 조사받겠다. 그러고 나서 깨끗하게 (결백을) 확인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의혹의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민정수석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대표에 도전했던 주호영 의원은 우 수석 문제와 관련해 “이겨도 지는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며 “우리는 민심만 보고 가야 되는데, 당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해서 정리하고 있는지 걱정이 많이 앞선다”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 또한 “지금 당의 모습이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는 조금 안타까움이 있다”며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한 이 대표의 침묵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내 일각의 요구에도 이 대표는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이날 새누리당 당사에서 당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우 수석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전날 열린 대표·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선 “해나 비, 구름도 있어야 하지만, 벼를 익게 하는 건 보이지 않는 바람의 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 모양으로 여론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바람같이 일을 하시는 분이 아니다”라며 “본인의 속내를 어떻게 하든 처절한 진정성으로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쓰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8.9전당대회 이후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 당청관계를 새롭게 지켜보는 국민에게 당 대표로서 지금 이 시점에서 해야 할 처신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당심”이라고 강조했다.
우 수석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부실 당협위원장 퇴출 방침과 맞물려 계파 싸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 246개 당협위원회에서 위원장을 선출토록 하고, 내년 1~3월 당무감사 결과 부실 당협으로 분류된 곳의 당협위원장은 교체하기로 했다. 당 조직을 정비함으로써 내년 대선 준비 체제로 본격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당의 대대적인 조직 정비를 둘러싸고 계파 갈등이 또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비박 당협위원장 솎아내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치열한 계파 대립 속에 친박 측의 승리로 새롭게 출발한 당 체제가 출범 보름 만에 또 다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