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1958년 중국 전역에서는 참새 소탕 작전이 전개됐다. 당시 중국은 곡물 수확량 감소로 식량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중국 국민과 지도자들은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게 됐다. 최고 지도자 모택동이 어느 날 현지 지도를 하기 위해 쓰촨성의 농촌을 시찰하게 됐다. 현지 지도를 하던 도중에, 그는 참새 떼가 곡식을 쪼아 먹는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가뜩이나 식량이 부족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던 차에, ‘참새는 곡물을 먹는 해로운 새’라는 편견을 갖게 됐다. 그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하다가는 식량증산은커녕, 식량부족조차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참새 섬멸 총지휘부’까지 만들어 참새 섬멸 작전에 들어갔다. 그것은 분명 좋은 의도로 시작됐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밤낮으로 냄비, 쇠로 만든 그릇, 대야 등을 두드려 가며 새총으로 참새를 박멸했다. 모든 국민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이리 저리 도망 다니던 참새가 지쳐서 떨어질 정도였다. 참새 소탕 작전으로 1958년 한 해에 소탕된 참새만 해도 무려 2억 천마리나 됐다. 멸종직전까지 이른 대성공이었다.

그 당시로 봐서 이러한 전략과 전술은 대단히 타당하고 합리적이었다.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정도였다. 지식인들과 관련연구기관에서도 ‘참새 한 마리가 1년간 곡식 2.4㎏을 먹는다’라는 통계가 나왔을 정도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참새 소탕이 곡물 수확량 증가로 이어졌을까? 현실은 달랐다. 참새의 섬멸은 일부 생태계의 파괴를 의미한다. 그 결과 곡물 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다른 해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메뚜기 떼의 창궐이 이어지면서 농작물 작황은 더 나빠져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뭄까지 겹쳐 대기근이 들게 됐다. 참새 소탕만이 곡물 수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은 무리였다. 오판이었던 셈이다. 참새는 해충의 천적이지 않은가.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참새가 해로운 새’라는 편견도 갖지 않았을 것이며, 참새 소탕 작전도 없었을 것이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먹이사슬을 교란시킨다. 이는 또 다른 악재로 이어져 지구가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생태계는 균형을 이뤄야 하며 상호 연결돼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함부로 파괴해서는 안 된다. 필요하지 않은 종(種)이 어디 있겠는가.

지도자는 나랏일의 결정권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명견혜안을 가져야 한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부작용과 저항에 대한 다양하고 면밀한 검토 또한 완벽해질 때까지 필요하다. 과거 우리는 권력자, 지도자의 말 한마디에 반론은커녕 문제점조차 제시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성과를 위한 허위 보고도 서슴지 않아 허위 통계수치가 나왔다. 그것이 부실로 이어진 경우를 종종 봐 왔다. 생태계의 조화를 존중하듯 일방적 의사결정을 따르고 이를 시행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부작용을 예측하고 실패 징후를 감지하는 것은 재앙과 비극을 예방하는 길이다. 무지와 독단이 침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초식동물만이 있다면 생태계가 어떻게 되겠는가. 무성한 수풀을 기대할 수 없지 않은가. 이렇듯 정책의 로드맵 짜기와 실시도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다양한 면에서 정책 생태계의 균형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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