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1993년 3월 19일 40년 넘게 수감생활을 했던 비전향장기수 이인모씨가 북한으로 송환 이후 2000년 9월 나머지 63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이 모두 북한으로 돌아갔다. 

당시 북한당국은 불굴의 혁명전사들이 귀환했다고 대대적인 선전과 환대로 그들을 맞이했었다. 물론 그 후 이인모씨 등 비전향장기수들이 하나둘씩 세상도 떠났지만 북한의 홍보선전무대에서도 사라지기 시작했었는데,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의 소문으로는 이인모씨가 가족들에게 북한사회가 남한의 감옥보다 못하다는 등의 발언으로 문제가 되어 더 이상의 대외활동을 못하게 조치됐다는 이야기가 무성했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었는데, 비전향장기수 63명의 귀환 이후 그들을 앞세워 남한정부를 상대로 수십년의 수감생활에 법적 배상책임을 묻겠다고 갑자기 천문학적인 액수의 소송 건을 들고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와 귀환납북자들은 북한의 배상청구소송에 대한 맞대응으로 귀환납북자 및 납북피해가족들도 북한당국에 배상소송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이후 그런 소송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었다. 당시로서는 너무나 황당했던 경험이라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잠잠하던 차에 2016년 4월 해외의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탈북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뒤이어 남한의 변호사 단체라는 곳에서 북한에 있는 여종업원 가족들을 대신해 조사 중인 대상자들에 대한 인신구제청구를 제기해, 마치 이들이 자유의사가 아닌 한국정보기관의 공작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는 대변인격 모습에서, 당시 한국민들은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쯤으로 여겼던 것인데 사실 이 같은 행동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었고, 급기야 탄핵정국으로 급작스레 등장한 새 정부 하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북한의 대행단체라는 곳을 통해 북한영상물에 대한 저작권료를 내놓으라고 국내의 방송사, 언론매체들에게 대놓고 협박을 하고 있으니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지 참으로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영상물은 모두가 북한체제를 선전하고 사회주의 제도를 찬양, 고무하는 내용일색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한반도의 북부지역을 불법으로 점유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한반도 적화야욕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체제 선전의 장이자, 이념투쟁의 선봉대가 바로 북한방송이요 영상물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총소리만 나지 않는 체제전쟁의 정중앙에서 바로 눈앞의 적에게 아군의 보급품을 갖다 바치는 격인데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얼마 전 북한의 해외선전용 방송인 ‘우리민족끼리’라는 매체를 통해 필자에 대한 험담과 궤변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바 있다. 그 외에도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수많은 탈북인 단체의 대표나 활동가들을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명예훼손 영상물을 여과없이 유포시켰던 게 북한당국이다. 그렇다면 북한저작권 운운하는 재단과 변호사 단체에서는 필자와 같이 명예훼손과 테러위협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위해 북한당국에 손해배상이나 초상권 차원의 비용을 대신 요청해줄 용의는 없는가.

해외에 나와 있는 외화벌이 노동자의 달러와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들이 모두 북한당국에 의해 착취돼 핵폭탄으로 날아오고 있는 엄중한 시국에, 또다시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북한당국에게 현금을 쥐어주려는 작태야말로 노예로 사는 북한노동자들과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이고,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적인 행태임을 당사자들은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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