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던 일요일 오후, 필자는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 북한의 솔제니친으로 알려진 북한내부의 저항 작가 반디선생을 소개하기 위한 메시지를 유럽의회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잠시 멍해지는 기분을 뒤로하고 결국, 반디선생을 비롯한 북한주민들이 노예에서 해방돼 북한의 주인으로 등장하는 그날, 전쟁 없는 진정한 평화가 우리 한반도에 드리울 것이라는 확신을 다시금 가다듬으면서 쓰던 글을 마저 이어갔다.   

‘어둠의 땅, 북한을 밝히려는 당신에게 드립니다.

전 세계를 향해 인권의 소중함과 자유의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밤낮으로 애쓰고 계시는 귀하께, 북한내부의 저항 작가인 반디선생을 소개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작가 반디는, 북한의 특수한 환경으로 말미암아 그분의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지만,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출판, 번역되고 있는 작품을 통해 북한내부에서 생존해 계시는 작가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명확히 밝힙니다. 이는 그동안 수많은 세계 언론이 작가 반디선생에 대해 보도하고 있음에도, 북한당국은 이에 대해 한마디의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것입니다.

일곱편의 단편집으로 구성된 소설 ‘고발’은, 모두가 하나같이 가족의 사랑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 담담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강제노동, 고문 등의 악랄한 인권유린의 단어들을 찾을 수는 없지만, 북한주민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그들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언급하고 있으며, 그들의 생활이 바로 노예의 삶 그 자체이고, 너무나 공포스럽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고발’은 저항의 신호이다. 전 세계를 향해 ‘우리는 잘 견디고 있다, 그러나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부르짖음인 것이다”라고 피에르 리굴로(‘고발’의 불어판 발문을 쓴 프랑스 사회역사연구소 소장) 선생은 말씀하셨습니다.

수용소의 군도를 쓴 소련의 저항 작가 솔제니친이 자신의 작품을 빼돌려 서방에서 출간되게 했던 그 모습대로, 북한의 솔제니친이자 살아 있는 북한의 저항 작가인 반디의 ‘고발’은 이제, 아름다운 반딧불이 되어 북한에 드리운 어둠을 밝히려고 세상에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디선생의 ‘고발’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평화입니다.

귀하의 관심과 애정으로 반디선생의 숭고한 작가정신이 국제사회에서 그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이 편지가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고대하며 몇 가지를 소망해본다. 우선 반디선생이 목숨으로 고발하고자 했던 북한노예사회에 대한 성찰이다. 

2천만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데 쓰여야 할 천문학적 자금들이, 핵무기가 되어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현실이 바로 북한정권의 본색임을 알게 될 것이고, 사악한 권력의 노예로 연명하는 북한주민들을 대신해, 국제사회로 전달된 저항문학을 보면서 무엇을 결심해야 할지를 분명히 인식하리라 확신한다.

세계가 전율하는 북한의 핵폭탄 앞에서도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에게 어찌 귀감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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