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 내 대한민국상이군경회를 방문해 대기하고 있던 보훈단체장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선거전 진두지휘… 집중표적 돼
보수진영 ‘안찍박’ 프레임 공세
홍준표 “목은 安, 몸통은 朴”
당 내부서 ‘2선후퇴론’도 솔솔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선거전을 진두지휘해온 박지원 중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보수진영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이들의 ‘박지원 상왕론’ 프레임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박 위원장이 안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김대중 정부에서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 뛰어난 지략과 경험을 바탕으로 안 후보의 선거를 이끌어왔다. 특유의 냉철한 판단력과 상황 대처 능력으로 대선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평가다. 특히 본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실질적인 양강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분위기를 탄 상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박지원 상왕’ 프레임 카드를 꺼내들면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홍 후보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북정책에선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른바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대통령)’ 프레임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거부감을 가진 보수 지지층을 안 후보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전략인 셈이다. 

박 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던 ‘대북송금 사건’ 역시 안 후보에 대한 공세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홍 후보는 19일 ‘스탠딩 토론’ 형식으로 열린 TV토론에서 안 후보에게 ‘박지원 상왕론’과 ‘대북송금 사건’을 거론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다음날 인천종합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안 후보의 대선 포스터를 언급하면서 “목은 안철수인데, 몸통은 박지원을 붙였나”라고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도 ‘안찍박’ 공세에 가세했다. 이상곤 유승민 캠프 수석부대변인은 20일 “안 후보가 ‘박지원 상왕론’에 절절 매는 모습을 보면 안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박지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몰아세웠다. 

안 후보는 이를 네거티브 공세로 일축하고 있지만, 보수진영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내상이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도·보수층을 염두에 둔 안 후보의 안보 강조 전략도 박지원 상왕론 공세로 희석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의 보수 지지층 일부가 이탈하면서 뒷심이 빠지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지지율 반전의 모멘트를 만들기 위해선 박 위원장의 2선 후퇴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유동성이 큰 보수층의 마음을 안 후보가 확실하게 잡고, 확장성을 키우기 위해선 박 위원장이 전면에서 빠지는 전략적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공론화된 의견은 아니다. 대선 중간에 박 위원장이 거취를 바꿀 경우 단일대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문 후보와의 대결구도에서 열세 상황이 계속될 경우 박 위원장의 역할을 호남 지역으로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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