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여성·장애인 등의 시민단체들이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가 수준의 학교성교육 표준안 폐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민단체, 폐기 서명운동 100일… 총 1만 6698명 참여
“국제사회서 강조하는 인권의 기준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
“교육부 표준안 성폭력 원인에 성차별적 가치관 고착시켜”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성소수자·여성·장애인 등의 시민단체들이 교육부가 만들어 일선 학교에서 시행 중인 ‘학교성교육표준안’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장애여성공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한국다양성연구소 등의 시민단체는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가 수준의 학교성교육 표준안 폐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배제하는 성교육표준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5년 3월 연령대별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국가 수준의 학교성교육표준안’을 개발해 발표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학교 성교육표준안 폐기 서명운동에 100일 만에 1만 6698명이 참여했다”면서 “표준안의 내용은 차별과 반인권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교육부의 표준안의 내용은 ‘자위’와 ‘야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는가 하면 성폭력의 원인과 대처방안에 대해 피해자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해 기존 가해자 중심의 성차별적 가치관을 고착시켰다.

이들 단체는 “성적지향 용어사용을 금지하고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라는 지침은 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성소수자 학생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인권의 기준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성폭력의 원인과 예방은 일반적인 인식을 따른 것이고 성소수자는 일반적이지 않아 표준안에 넣지 않았다는 논리야말로 편협한 성적 보수주의의 논리”라며 “가치중립을 내세우는 교육부의 태도는 어떤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고 어떤 것도 바꾸지 않겠다는 태도와 의지”라고 성토했다.

▲ 성소수자·여성·장애인 등의 시민단체들이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가 수준의 학교성교육 표준안 폐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성소수자 배제하는 성교육표준안 폐기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김성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학교성교육표준안’ 이름부터가 말이 안 된다.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에 표준이 어디 있느냐”면서 “‘인간에게 표준이 있고 표준이 아니다’라는 것은 근대적이고 인권적인 현실사회에 전혀 맞지 않는다. 백인을 인간의 기준으로 삼고 흑인이나 유색인종들을 차별하던 과거의 시대와 전혀 다를 바 없다”면서 교육부의 학교성교육표준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은 “표준화는 마치 성차별 통용과 성규범을 체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청소년의 성교육현장에서도 ‘자위’ ‘야동’ ‘섹스’ ‘피임’ ‘동성애’와 같은 말은 금지시 된다”면서 “장애청소년에 대한 성적인 권리는 더욱 통제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사회 학교 성교육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박현이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부장은 “성교육표준안 개정과 개선 여부가 아닌 성교육표준안을 즉각 폐지하고 국제적 인권 기준에 맞는 포괄적인 성교육 정책 방향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박 부장은 “성평등 교육 확산을 위해 관련 부처에 성평등 정책 담당 부서가 마련되고 포괄적인 성교육 콘텐츠 개발과 성평등 학교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교육부에 표준안 폐기를 위한 1만 6698명의 서명을 제출하고 향후 표준안이 완전히 폐기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포괄적인 성교육이 만들어질 때까지 활동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여성가족부(여가부)는 교육부에 ‘표준안 재검토’를 제안하며 부처 간 논의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기자들에게 “교육부의 ‘성교육표준안’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로 보건교사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인권 가치보다는 실질 대응력만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성교육표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표준안 개편 추진의지를 보인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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