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5월 26일 오후 8시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예선전 한국과 잉글랜드 경기직전. 초여름 해가 서녘으로 넘어가고 땅거미가 내려앉으며 화려한 조명이 일제히 불을 밝혔다. 경기장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렸지만 그라운드는 대낮처럼 환했다. LED 조명빛이 운동장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비추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선수 입장식 세리모니를 하기 위해 모인 선수들의 얼굴 표정 하나 하나를 TV 카메라는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잡아 보여주었다. 경기 중 선수들이 흘리는 땀방울도 마치 바로 앞에서 대놓고 보는 것처럼 잘 전달했다. 선수들이 슬라이딩을 들어갈 때, 잔디가 푹푹 파이는 것을 관중들은 즐겁게 관전할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 ‘밝은 밤’ 경기를 즐겁게 볼 수 있게 된 것은 이번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조명을 LED로 바꿨기 때문이다.

수원 월드컵 경기장은 기존의 조명보다 더 밝으면서 전력 효율성이 40%나 높은 새로운 조명시스템을 선보였다. 덕분에 이날 한국과 잉글랜드전은 선수들이 수준 높은 경기력을 발휘하며 만족감을 높여주었다. 비록 한국이 0-1로 패했지만 시원한 밤공기를 가르며 양편 선수들이 밝은 조명을 받으며 자신들의 개인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것이다. 

여름 밤 축구 경기는 성인 선수들에게도 부담스러운데 막 청소년기를 벗어난 이번 월드컵 참가 선수들에게는 더욱 힘든 경기일 수밖에 없다. 더위로 인한 체력 소모가 많은데다 열을 발산하는 강력한 조명 아래에서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중 선수들은 공 바로 앞에 생기는 그림자로 인해 낮보다 볼처리 하기가 힘들고, 공이 빠르게 흐를 경우 잠시 공을 놓치기도 한다. 체력적으로 부담스럽기까지 해 선수들은 간혹 실수를 하면 밤경기이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 참가 선수와 같은 또래의 모 대학의 한 축구선수는 “축구선수에게 여름은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한다”며 “진이 빠진다고 말할 정도로 여름 밤경기에서 90분간을 뛰고 나면 모든 에너지가 방전돼 몸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여름 밤 경기에서 선수들을 힘들게 했던 것은 넓은 운동장을 비추며 강한 빛을 내뿜는 메탈 조명(메탈할라이드 램프)이었다. 이 조명은 LED 조명보다 잔상 발생이 많으며 눈부심이 심하고 높은 열발생으로 선수들에게 여러 불편을 주고 경기를 하는 데 지장을 주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 경기를 맞아 선수들에게 좀 더 좋은 경기 환경을 제공하고 팬들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베풀기 위해 수도권에서 팬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 새로운 LED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LED는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 태양열을 사용하는 친환경적인 방법을 사용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된 것을 계기로 앞으로 LED시스템은 자연스럽게 많은 경기장에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조명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며 새로운 조명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여름밤 선수들이 좀 더 안락한 여건에서 경기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 대학축구선수는 “경기장 조명이 좋아지면 여름 야간에 경기를 하는 게 늘어나고 역동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며 “조명시설을 과학화해 유소년들을 보호하고 오후 중에는 학습권을 보장해 시간과 관계없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국제 축구경기를 밤 8시에 개최하는 것을 정례화한 국제축구연맹은 앞으로 운동장 조명 시설의 기술적 보완을 통해 유소년 축구도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높은 낮경기보다는 저녁 경기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만할 것이다. 한여름밤, 대낮같이 환한 조명을 받으며 아름다운 축구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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