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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추억을 먹는 거리 신당동 떡볶이

기사승인 2017.01.13  08: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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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브 신당동 떡볶이의 2인 세트다. 푸짐한 양이 먹기도 전에 배부르게 했다. (촬영: 박선아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남녀노소 쉽게 즐기는 떡볶이
50년대부터 고추장·춘장 넣어
시간 지나도 추억의 맛 그대로

70년대 젊은이의 메카로 인기
당시 학생이었던 단골손님이
자녀들 손 잡고 다시 찾아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신당동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단연 떡볶이일 것이다. 6호선 신당역과 청구역 사이에 있는 서울 중구 신당동 떡볶이 거리는 60년 역사를 지닌 떡볶이계의 성지다. 서울 사람이 아니더라도 신당동 떡볶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4일 아이부터 어른,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식 떡볶이를 찾아 추억의 거리 신당동 떡볶이 타운을 다녀왔다.

◆‘이젠 며느리도 알아’

골목 앞에 선 ‘신당동 떡볶이 타운’이라는 손님들을 먼저 맞이한다. ‘SINCE 1953 신당동 원조1호 마복림 떡볶이’ ‘아이러브 신당동 떡볶이’ ‘三代 할매네 떡볶이’ ‘소문난 원조 우리집 떡볶이’ ‘약속떡볶이’ 등 떡볶이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각자 큼지막한 간판에 언론 등 매스컴을 탔던 사진과 기사를 실어 홍보하고 있었다.

   
▲ 신당동 떡볶이 타운 입구. (촬영: 박선아 기자)ⓒ천지일보(뉴스천지)

입구에 가장 눈에 띄는 가게는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다. “고추장 비밀은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라는 고추장 광고의 주인공인 마복림 할머니가 운영하던 떡볶이가게다. 현재는 고인이 되신 마 할머니를 대신해 후손들이 이어오고 있다. 재밌는 것은 ‘며느리도 몰라’ 라고 적힌 간판에 ‘이젠 며느리도 알아’ 라고 적힌 것이다.

신당동 떡볶이의 시작은 마 할머니로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기름을 두른 후 간장양념으로 볶은 가래떡 떡볶이를 먹었던 시절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마 할머니는 동네 중국음식점 개업식에서 자장면을 먹고 남은 국물에 실수로 떡을 빠뜨렸다. 떡이 아까워 춘장이 묻은 떡을 먹은 마 할머니는 뜻밖에 맛이 좋았고 그 길로 장류를 혼합해 고추장 떡볶이를 개발했다.

마 할머니는 신당동 골목에서 떡볶이 가판대를 열고 첫 장사를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자 신당동 주민들은 여기저기 떡볶이 가게를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탄불 위에 냄비를 놓고 떡과 채소, 고추장, 춘장을 넣어 끓여 팔다가 라면 등 각종 사리를 팔기 시작했다.

신당동 떡볶이 골목의 전성기는 1970년대다. 떡볶이 골목 앞 극장 덕분에 젊은이들의 메카가 됐다. 또 당시 유행했던 음악다방과 음악감상실처럼 뮤직박스를 들이면서 학생들이 찾기 시작했다. 미팅도 하고 몰래 술도 한잔씩 하는 등 그야말로 학생들의 아지트가 된 것.

그때 신당동에서 한자리 차지했던 학생들이 이젠 중년이 돼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이 골목을 찾는다. 그리고 그 자녀가 커서 또 자녀를 데리고 추억을 맛본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떡볶이 골목도 변화됐다. 신당동 떡볶이만 판매하던 가게들은 젊은이들의 입맛을 겨냥한 치즈떡볶이·매운떡볶이, 관광객을 겨냥한 궁중떡볶이·해물떡볶이, 아이 입맛을 고려한 자장떡볶이 등 다양한 종류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극장이 사라지고, 떡볶이 가게들은 신식으로 리모델링됐지만 그 당시 떡볶이 맛은 그대로다.

   
아이러브 신당동 떡볶이 뮤직박스의 모습. (촬영: 박선아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맛도 그대로, 추억도 그대로

점심장사가 한창인 정오 한 떡볶이 가게에 들어가 즉석 떡볶이를 맛봤다. 가장 기본적인 신당동 떡볶이 2인 세트를 시키고 음료도 한잔시켰다. 40년 전통의 오리지널 떡볶이라고 적힌 신당동 떡볶이 메인세트에는 떡볶이와 어묵, 쫄면, 라면, 야끼만두, 계란 등이 나온다.

주문이 끝나자 상호가 적힌 냄비에 조리되지 않은 떡볶이가 나왔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대신 야끼만두 2개가 더 담겨 있었다. 버너에 불을 켜고 천천히 졸여 먹으니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시대가 지났지만 그 추억의 맛은 그대로다.

“다음 들으실 곡은 스티브 밀러 밴드(Steve Miller Band)가 부른 ‘아브라카다브라’입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동명인 이 곡은 훨씬 전인 1982년에 나왔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한창 먹고 있으니 뮤직박스에 디스크자키가 음악을 틀었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80년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러브 신당동 떡볶이 이수연 사장이 방문한 연예인의 사인을 가리키고 있다. (촬영: 박선아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이 골목의 사장님 대부분은 대를 이어 장사를 하고 있다. 이 가게도 마찬가지다. 2대째 가게를 이어오고 있다는 이수연(54) 아이러브신당동떡볶이가게 사장은 “이 골목의 가게들은 모두 어머니 때부터 이어온 가게다. 코 흘리면서 도와주다가 물려받아 자신의 며느리에게도 물려주고 있다”며 “나는 21살 때부터 시어머니를 돕기 시작해 지금까지 왔으니 30년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그때는 학생들이 먹을 게 별로 없었고, 갈 곳도 없었다. 이곳에서 미팅도 하고 그랬다. 여기 조폭들이 많아서 우범지역으로 불렸다”며 “지금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이 찾는다. 그때의 학생들이 성인이 되고,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다. 자식하고 같이 온다”고 회상했다.

자녀들과 손을 잡고 오는 단골손님들을 보며 이 사장은 자부심을 느낀다. 게다가 유명 스타들이 많이 찾아 TV 프로그램을 보고 온 외국인관광객들도 늘었다. 그는 “가수 ‘카라’가 단골손님이어서 일본 잡지에 여러번 나왔는데 그 뒤로 일본 손님들이 많이 왔다”며 “윤손하도 몇 번 와서 찍어 가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본어, 영어, 중국어 메뉴판이 따로 있을 정도다. 요즘에는 말레이시아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고기를 못 먹는 종교적 특성상 한국에 와서 먹을 음식이 많지 않아 그다지 맵지 않은 신당동 떡볶이를 찾는 것이다.

“워낙 먹거리가 많은 요즘 시대에 떡볶이가 미국의 햄버거처럼 대표적인 음식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 골목 떡볶이는 다 100% 쌀로 만든 떡을 사용해요. 분식이 아니라 이젠 하나의 음식이 됐어요. 크게 욕심 안 내고 대를 이어 이 자리를 지키고 싶어요. 이런 불경기에 이 정도면 부담스럽지 않게 배불리 먹을 수 있잖아요. 신당동 떡볶이가 함께 끓여 먹으면서 돈독한 정을 느끼는 국민 음식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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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림 기자 rim2@newscj.com

<저작권자 © 뉴스천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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