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교수들이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사직서를 잇따라 제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에서 소속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거나, 사직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25일 성명을 내고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및 배정을 먼저 철회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백지화가 0명이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으나 정원 2000명 확대 반대에 무게를 실었다.

전의교협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간담회 이후 한 위원장의 중재로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하고 의료인과 건설적인 협의체 구성을 지시했는데도 오히려 실력 행사를 강행한 것이다. 정부가 대화 의사를 밝히는데도 의대 교수들이 원래 계획대로 사표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정부와 대화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미 대학에 정원 배정까지 마친 증원 문제에 대해 완전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지나치다. ‘의사를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비뚤어진 사고에 갇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오만한 형태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해외 선진국들은 고령화를 감안해 의대 정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들의 반발로 27년간 의대 증원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2000년 의약분업 실시를 계기로 정원을 351명 줄여 필수·지역 의료 붕괴 위기를 초래했다.

의대 정원은 헌법상 국민 건강권 보호를 책임진 정부가 각계의 의견을 듣고 면밀히 검토해 결정한 뒤 책임질 사안이다. 결코 의사의 허락을 받을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의대 정원 대폭 확대가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이지만 의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다소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는 있다. 의료계 일각에선 먼저 2000명 증원으로 시작하고 다음 해에 객관적으로 검증해 보자는 제안도 나온다고 한다.

정부와 의사들은 조건 없이 만나 의대 증원 규모와 방식뿐 아니라 의료 인력 확충, 지역 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 공정한 보상 체계 등 4대 의료 개혁 방안 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환자와 국민들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의사들은 건설적인 대화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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