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으로 주택이 부서지는 등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16일 경북 포항 북구 흥해 실내체육관(대피소)에 모여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약만 한 봉지 챙겨 대피소로”
세면시설 無, 씻지 못해 불편호소
자원봉사자 “봉사는 힘든 게 아냐”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심장, 혈압, 다리 등 안 아픈 데가 없어서 약봉지만 들고 급하게 나왔어요. 집에 얼른 가고 싶어요.”

한반도에서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인 5.4 강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 북구 지역은 16일 곳곳의 건물에 균열이 나고 무너진 모습이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황급히 집을 나온 이재민들은 지진 이후 계속된 여진으로 인해 공포에 떨며 첫 날밤을 뜬눈으로 지새고 이튿날 밤이 깊어간다.

도망치다시피 집을 빠져나온 시민들은 대피소로 지정된 포항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모였다. 또한 “걸어다녀도 땅이 흔들리는 것 같다”며 거듭 불안감을 표시했다.

5살과 7살 된 아들을 둔 서은숙(46, 여)씨는 “화장실에 있는데 지진을 당했다”며 “애들이 안 다치고 봉사단체에서 주는 음식을 잘 먹고 견뎌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면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씻지를 못해 제일 힘들다”며 “또 남편이 퀵서비스를 하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퇴근하고 여기로 온다. 하지만 제대로 쉬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흥해읍 옥성동 2층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이수복(87) 할머니는 “지진 당시 죽도시장에 있어 다치지는 않았다”며 “몸이 너무 아파 약만 들고 빨리 집을 빠져나왔는 데, 지금은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최순덕(84) 할머니는 “지진이 나도 대피해야된다는 생각도 못했다”며 “하지만 밤새도록 한숨도 못자고 날밤을 샜더니 눈도 시리고 아파 너무 힘들다. 또 늦게 오니 담요도 한 장 없어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 했다.

▲ 규모 5.4의 강진이 휩쓸고 간 경북 포항시에 16일 오후 이마트·팔도 등 기업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다양한 구호 물품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앞서 지난 15일 흥해 지역에는 75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이 중 200여명이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진 발생 후 진도 2.0 규모의 여진은 49차례나 계속됐다.

이에 지진대피소로 이동하는 주민의 수는 점점 늘어남에 따라 전국에서 구호품이 당도했고 자원봉사자들도 속속 대피소로 도착했다.

피해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던 박영아(43, 여)씨는 “포항 흥해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저렇게까지 마음이 아픈 일인가’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몰라 우리는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면 봉사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