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해고승무원문제해결을위한대책위원회’가 지난 2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KTX해고승무원 복직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임금 반환 결정에 ‘빚 더미’
박원순 “KTX해고 승무원, 외주화 희생양들”
코레일 측 “이미 판결 난 사안… 향후 대화 미지수

[천지일보=김지헌·남승우·임혜지 인턴기자] #1.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만난 오미선(40, 여)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역에서 KTX열차를 타고 승객들의 안전과 편안함을 책임지던 KTX열차 승무지부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열차를 타지 못했고 ‘KTX해고 여승무원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철도청(현 코레일)에 “직접고용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하다가 해고를 당한 것이다.

그는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함께 ‘복직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가처분 소송에서 이겨 4년 치 밀린 임금을 받고 회사로 돌아갈 날만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5년 11월 ‘복직 소송’ 패소 판결을 내렸다.

심지어 임금 반환 결정까지 내려지면서 4년 치 임금은 고스란히 빚이 됐다. 오씨는 “KTX해고 여승무원 투쟁은 광화문 촛불 혁명의 밑거름 역할과 다름없었다”며 “모두가 모여 이제 사회가 바뀐 것 같다며 기뻐했지만 정작 우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 지난 24일 서울역에서 만난 김성희(40대, 여)씨도 오씨와 같은 처지의 KTX해고 승무원이다. 한 가장의 아내이자 어린 자녀의 어머니인 김씨는 “남편과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내 아이에게 만큼은 현실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싸운 엄마로 기억되고 싶다”며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임금을 반환하지 않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까 압박감도 있지만 이걸 반환하면 우리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셈이 될 것 같다.” “‘비정규직이 정규직 떼쓰다가 지쳐서 떨어져 나갔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이 같은 발언은 모두 김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KTX해고 승무원의 목소리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KTX해고 승무원 문제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KTX해고 승무원들이 조직한 ‘KTX해고 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0년이 넘게 단식 투쟁, 길거리 투쟁, 고공농성, 법정 투쟁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왔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대책위는 지난 10~20일까지 ‘KTX해고 승무원 복직을 위한 집중행동 기간’으로 지정해 각 종교계 기도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함께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지난 19일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박 시장은 “KTX해고 승무원은 지하철 스크린도어 노동자 김군과 같은 외주화의 희생양들”이라며 “KTX 승무원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책과 마찬가진데 직접 고용하지 않고 외주화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보수공사를 하던 ‘은성PSD’ 소속의 김모군이 수리 중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문제가 사회에 대두됐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업무를 하면서도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많은 시민 이 애통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최근 서울교통공사 스크린도어 노동자를 포함해 산하기관 2442명의 무기 계약직을 모두 정규직화 하겠다고 밝혔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장은 KTX해고 승무원 복직과 관련해선 여전히 답답함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현재 코레일 사장은 전혀 대화에 나서고 있지 않다”며 “대책위와의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레일의 ‘2017년 하반기 신입사원’ 응시원서 접수엔 3만 5868여명이 지원했다. 코레일 역대 최대 지원자로 일반 공채 경쟁률은 59:1이다. 이에 김 지부장은 “채용은 채용대로 이뤄져야 하겠지만 KTX해고 승무원 문제는 해결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해결된 척 하는 게 가증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코레일 관계자는 “이미 2년 전 대법원에서 판결이 났기 때문에 향후 해고 여승무원과의 공식적인 협의나 대화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철도청(현 코레일)은 ‘1년 뒤 정규직 전환’을 내걸고 자회사인 ‘홍익회(현 코레일유통)’ 소속으로 KTX 승무원을 채용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정규직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2006년 KTX 여승무원들은 총파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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