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대학본관 앞에 서울대 시흥캠퍼스 전면철회를 요구하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대생 “형식적 대화협의회”
학교 “학내 구성원 소통 마련”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 부재로 갈등을 겪는 대학교 본관 점거 사태가 이화여자대학교에 이어 서울대학교에서도 발생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10일 시흥캠퍼스 설립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총장실을 점거했다. 본관 점거 사흘째인 12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본관 입구에서 만난 한 학생은 “학교 측에서 2014년 초 대화협의회를 구성하고 학생의견을 수렴했다고 했으나 이는 형식적이었다”며 “대화협의회는 이미 시흥캠퍼스 조성을 전제로 하고서 그 이후를 논하는 자리였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8월 22일 서울대와 경기도 시흥시 등의 ‘실시협약’이 체결된 것이 발단이 됐다. 총학생회는 이 협약이 이뤄지기 3분전에 학교 측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학생 측은 그동안 ▲기숙형 대학(RC) 문제 ▲시흥캠퍼스에 대한 미흡한 계획과 운영 방안 ▲아파트 분양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공공성 논란 ▲순수학문과의 조화로운 발전이 아닌 산학협력대학을 우선해 대학의 기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상황 등의 이유를 들어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대해 왔다.

지난 10일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서 진행된 학생총회와 본관 검거 투표에 참여한 전체 1980명의 학생 중 1097명(56.2%)이 본관 점거에 찬성했다. 학생은 본관 현관의 장금장치를 톱으로 절단하고 들어가 총장실이 있는 4층까지 점거했다. 지난 2011년 서울대 법인화 반대로 5년 만에 총장실이 다시 점거된 것.

이날 만난 학생들은 “학교에서 말하는 대화협의회는 수개월에 한 번 열렸고 그나마도 정해진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이었다”며 “기숙사에 대한 부분도 기숙사만을 이야기했지, 누가 들어갈 것인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3년에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을 처음 알게 됐고 이후 천막 농성을 벌였다”며 “대화협의회가 만들어지게 된 것도 천막 농성을 정리하는 조건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측은 성낙인 서울대 총장의 사과에 대해서도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비난했다. 앞서 성 총장은 지난 9월 6일 소통 부족에 대해 사과하면서 학생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교 측은 지난 11일 단과대 학장과 보직 교수를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모았다. 학생 측은 “협약 철회 없이는 점거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시흥캠퍼스 조성이 2013년에야 알려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07년도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에 (시흥캠퍼스 조성이) 포함돼 있었고 공모를 통해 선정된 것인데 이후 10년간 계속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본부에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가 있었고 이 중 기숙사 위원회의 경우 학생대표가 참석해 3가지 유형 중 어떤 기숙사를 결정할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며 “RC의 경우에도 학생의 의견을 반영해 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의 본관 점거와 관련해서) 앞으로 학생대표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학생과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성 총장은 학생이 점거하고 있는 본관을 방문해 학생과의 공식적인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이 12일 학생과 공식적인 대화를 위해 점거 농성 중인 서울대 관악캠퍼스 대학 본관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학내 소통 부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는 학생의 본관 점거 농성이 70여일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 7월 15일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 대학)에 선정돼 설립을 추진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화여대 학생은 ‘학내 구성원과 소통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반대했고 지난 7월 28일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미래라이프 대학은 철회됐지만 학생 측은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사퇴를 촉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22일 서울대는 경기도 시흥시를 포함해 ‘배곧신도시 지역특성화사업자’와 함께 친환경 캠퍼스 조성과 글로벌복합연구단지 조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 실시협약을 했다. 실시협약은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의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협약이다.

이 협약으로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올해 하반기에 착공해 2018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개방한다. 캠퍼스 부지 66만 2000㎡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캠퍼스 지원금 3000억원을 지원받는다.

서울대의 새로운 캠퍼스 조성은 지난 2007년 이장무 전(前) 서울대 총장이 재임 중에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2007~2025년)’을 마련하면서 처음으로 발표됐다. 이후 2007년도와 2008년도에 캠퍼스 후보지를 공모했고 2009년 학원장회의에서 경기도 시흥시를 새로운 캠퍼스 조성지로 의결했다.

2009년에는 시흥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11년에 시흥시와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3차례에 걸쳐서 부속합의서를 체결했다.

한편 배곧신도시에는 서울대를 비롯해 12개 대단지 아파트와 5개 주상복합 건물 등 17개 공동주택 2만 1000여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시흥시는 서울대 유치를 내세우면서 교육 특화 도시를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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