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경찰청장에 이철성 후보자를 공식 임명했다. 물론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법 절차에 따라 임명한 것이니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률적인 문제로만 따질 일이 아니다. 법대로 했다고 해서 정당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철성 신임 청장에 대한 경찰조직의 신뢰, 더 나아가 국민적 신뢰마저도 논외로 하자. 이 또한 이미 끝난 일이기 때문이다.

꼭 하나 짚어 둬야 할 대목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된 얘기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고,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 내에도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경찰청장 후보자를 공식 임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 절차는 거친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사청문 보고서가 왜 송부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부득이한 사유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야권은 이철성 청장에 대해 인사청문 보고서를 작성할 필요조차 없는 ‘자격미달’로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은커녕 아예 ‘자진사퇴’까지 요구한 것이다. 그 핵심 내용도 단순히 정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이철성 청장은 1993년 경찰 신분으로 음주운전을 했다. 게다가 큰 사고까지 냈다. 그리고 경찰 신분을 속이고 징계까지 피해갔다. 당시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는 지금도 궁금할 따름이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일반 공무원들도 이런 식의 ‘악성 3관왕’이면 공직사회에서 발붙이기 어렵다. 하물며 음주단속을 책임진 경찰이라면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게다가 이런 경력의 소유자가 전체 경찰조직을 이끌어야 할 경찰청장직까지 승진할 수 있었다면 도대체 그런 경찰조직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경찰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두렵지 않은가. 인사청문회 직후에 스스로 사퇴하더라도 열 번은 사과했어야 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철성 청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에 나섰던 국회 인사청문회만 우습게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런 인사청문회가 왜 필요한지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막연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아니다. 앞으로 관련법을 개정해서 인사청문회에서 거부된 인사는 임명 자체를 제한토록 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어렵다면 하나마나 한 인사청문회는 아예 폐지하는 것이 옳다. 돈과 시간, 수고의 비용이 너무 비싸고 국민적 불신의 상처는 너무 가혹하다. 결국 대통령의 오기만 빛나는 그런 인사청문회라면 국민도 더는 보기가 싫다. 국민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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