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반칠환(1964~)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시평]

새로움을 맞이하게 될 때, 마음이 설레고, 가슴은 두근거린다. 마음이 설레지 않고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새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결코 새로움이 되지를 못한다. 어쩌면 설렘과 두근거림이 세상을 새로움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봄이란 계절은 사시(四時)의 순환에 따라, 그 시기, 그때가 되면 늘 찾아오는 계절이다. 그러나 엄동(嚴冬)의 겨울을 견디며, 그 추위 속에서도 가녀린 싹을 틔우는 봄은 참으로 우리를 경이롭게 한다. 그래서 매해 맞이하는 봄이지만, 그 봄을 맞이하게 되면 우리들의 가슴은 늘 두근거리고 또 설레게 된다.

온갖 꽃들로 피어날 봄,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우리의 봄날은 더욱 찬란하다. 아, 아 어쩌면 봄이 우리를 설레고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두근거리는 우리의 가슴이 봄이라는 새로움의 계절을 열어 가는지도 모른다. 시인의 말과도 같이,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그 봄의 찬연함을 열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쌀쌀한 3월, 두근거림으로 펼쳐질 봄날을 기다린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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