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하던 오씨가 북한 군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쓰러져 있다. (제공: 유엔군사령부)

軍 “낙엽 사이 쓰러져 있어 파악 못 해”
귀순 병사 선명히 구분되는 CCTV 확인
전문가 “귀순 아닌 침투조라면… 속수무책”
“우리 군이 총격당해도 정전협정 지키나”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유엔군사령부는 지난 22일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사건 당시 북한군의 총격부터 귀순 병사 확인까지 16분이나 걸렸음에도 우리 군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사는 지난 13일 JSA를 통해 귀순한 오씨와 관련한 일련의 브리핑에서 당시의 CCTV(폐쇄회로)를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오후 3시 11분 CCTV를 통해 북한군 지프 차량이 판문점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했고, 이어 오후 3시 15분 귀순 병사가 몰던 지프가 배수구에 빠지자 귀순 병사가 뛰쳐나왔다. 그리고 무장한 북한군이 귀순 병사를 향해 조준 사격하고, AK소총을 무장한 한 병사는 군사분계선(MDL)을 넘기까지 했다.

이어 공개된 영상은 16분 지나서 오후 3시 43분 TOD(적외선탐지기)로 우리 측 대대장인 권영록 중령이 엄호하고 송승현 상사(진), 노영수 중사가 귀순 병사를 구출하는 영상이 담겼다.

앞서 지난 14일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16분간 위치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해 “긴급한 상황에서 경계 및 대비를 했기 때문에 수색이 어려웠다”며 “낙엽 사이에 쓰러져 있어 TOD로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지점을 찍은 CCTV에는 낙엽색과 확연히 구분되는 귀순 병사를 포착하고 있었다. 또 부사관들이 구조하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군 당국의 거짓 해명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16분 동안 찾지 못한 귀순 병사가 북한의 침투조였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군을 잠시 놓친 것”이라며 “경계태세에 문제가 있다. JSA 지역을 공격하기 위한 북한군이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귀순 사건과 관련해 유엔 정전협정에 따라 우리 군은 총격을 가할 수 없다고 알려졌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잘못된 교전수칙이라고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를 조준해서 사격한 게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측으로 총알이 넘어왔다면 거기에 대해서 비조준 경고사격이라도 하는 게 국민의 평균적 생각이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한 언론 프로그램에서 유엔사의 교전수칙과 ‘한국군 판단 존중’ 발언과 관련해 “마침 귀순 병사가 죽지 않고 회복했기 때문에 무마하려는 듯한 발언”이라며 “적어도 10여분 이상 방치된 상태에서 운 좋게 목숨을 건진 상황이다. 그런데 대응을 잘했다는 유엔사 발표에 동의할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만약 우리 군이 총격을 받아도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에 결재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비판했다.

한편 23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이날 총격에 쓰러진 귀순 병사를 구출 작전에 참가한 JSA 한국 측 경비대장 권영환 중령, 송승현 상사(진), 노영수 중사를 포함한 한미 장병 6명에게 ‘육군공로훈장(ARCOM: Army Commendation Meal)’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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