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을 넘어 충격을 금치 못할 일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세월호 선체에서 수거된 진흙에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 그럼에도 해양수산부가 이를 지금까지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시신도 없이 지난 18일 장례식을 치렀다. 만약 해수부가 사실을 사실대로 밝혔다면 시신 없는 장례식 대신에 좀 더 추가 수색을 하자는 여론이 앞섰을 것이다. 아마 해수부는 이런 여론이 부담스러워서 유골 수습을 은폐하지 않았나 싶다. 한마디로 정무적인 이유로 세월호 가족들을 두 번 울린 꼴이다.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해수부는 수색과정에서 유골이 발견될 경우 지체없이 선체조사위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통보해왔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 해수부가 이번에는 관련 내용을 은폐시킨 채 시신 없는 장례식을 그대로 하도록 내버려 뒀다는 것이다. 말로는 유가족들의 한과 눈물, 세월호의 비극을 말하면서도 정작 행동은 너무도 달랐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며 더욱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정말 충격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3년 7개월 동안 진도 팽목항과 목포 신항을 오가며 유골 한 점이라도 더 찾기를 소망했던 유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을 안기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세월호 유골 은폐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골 은폐는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께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드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치스런 일이다”고 밝혔다. 그리고 “은폐의 진상을 규명해 가족과 국민 앞에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지적대로 믿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데 대해 국민의 배신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따끔한 지적과 사과가 이어지자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김영춘 장관은 젊은 시절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정치인이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이 무엇이며 유가족의 눈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사람이다. 그리고 과거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투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람이다. 그런 김 장관의 해수부가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은 정말 상식 밖이다. 책임질 것은 당연히 책임져야 할 것이며 이번 기회에 해수부 내부의 공직기강도 엄정하게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관계자들에게 일벌백계의 교훈을 지금 남기지 않는다면 다시 과거의 해수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배신한 정부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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