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정기국회 막바지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와 통합 문제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두 당의 통합 얘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거의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최종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쩌면 우리 정치권에 적잖은 지형 변화를 촉발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익숙한 대로 누구나 그렇게 봤을 것이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 끼여 있는 중도정당이, 게다가 원내 40석의 제3정당이 무슨 힘으로 버틸 수 있겠느냐고. 그런데 그 국민의당이 지금 재도약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야당으로 대안세력이 돼야

국민의당이 끝장토론을 벌였지만 당내 ‘중진’들의 저항으로 그 끝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안철수 대표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더 큰 국민의당’, ‘더 강건한 중도의 길’을 위해 바른정당과의 연대와 통합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화답하듯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연대와 통합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점에서 주말로 예정된 바른정당의 끝장토론도 잘 지켜볼 일이다.

지난해 겨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민심은 사실상 ‘구체제(앙시앙레짐)’를 붕괴시킨 핵심 동력이었다. ‘이게 나라냐’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는 거대한 함성이었다. 그 결과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벌써 6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정치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야당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의 현실은 안타까움의 연속이다. 가장 먼저 성찰과 혁신으로 거듭나야 할 당사자이건만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충수를 반복하다 보니 야권 전체가 지리멸렬해 보인다.

그렇다면 당장 야당부터 체질을 바꿔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함께 가는 ‘여야 구도’가 아니라 야당 내부의 차별성을 통해 ‘야당 간 경쟁’도 본격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차별성이 바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이유라 하겠다. 두 정당이 통합할 경우 ‘촛불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은 더 부각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권교체 이후 야당도 ‘보수야당’과 ‘촛불야당’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혹여 촛불야당이 야권의 주류가 된다면 보수야당은 이념의 변방으로 밀려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중도세력이 ‘대안야당’의 자리에 안착하는 방식이다. 어쩌면 내년 지방선거가 그 시금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통해 우리는 그 이전의 시대와 그 이후의 시대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국민의 정치의식이 몰라보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들리는 건강한 시민들의 발언은 우리 정치의 미래를 가늠케 하는 표상으로 들린다. 따라서 촛불 함성 이후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이에 화답하는 ‘촛불야당’으로 함께 진화해야 한다. 야당다운 야당,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대안야당’의 길이 무엇인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이제는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