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준 민속 칼럼니스트 

 

우리 민속에는 태어난 해의 띠에 따라 9년마다 돌아와서 3년 동안 머무르는 나쁜 운수를 삼재(三災)라고 한다. 

삼재는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를 말한다. 교통사고·상해 등 무기나 연장으로 입는 도병재(刀兵災), 전염병 등 건강과 관련한 역려재(疫癘災), 사업실패·사기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겪는 기근재(饑饉災)를 말하기도 한다.

삼재가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고려가요인 ‘처용가’에 ‘삼재’라는 용어가 사용됐고 고려시대 용주사의 탑 속에서 삼재부적이 나왔다.

삼재는 12띠 가운데 3년에 걸쳐 들게 된다. 첫 해는 삼재가 드는 해라고 하여 ‘들삼재’, 2년째는 ‘누울삼재’, 마지막 해 3년째는 삼재가 나간다고 하여 ‘날삼재’라고 한다.

/사·유·축(巳·酉·丑)생은 해(亥)에 들어와 자(子)에 묵고 축(丑)에 나간다.
/신·자·진(申·子·辰)생은 인(寅)에 들어와 묘(卯)에 묵고 진(辰)에 나간다.
/해·묘·미(亥·卯·未)생은 사(巳)에 들어와 오(午)에 묵고 미(未)에 나간다.
/인·오·술(寅·午·戌)생은 신(申)에 들어와 유(酉)에 묵고 술(戌)에 나간다.

2016년에 들어와서 2017년을 거쳐 2018년에 나가는 삼재 띠는 호랑이·말·개띠다. 

삼재가 들면 3년 동안 어려움을 심하게 겪기도 하고, 어느 한 해가 어려웠다면 다른 해는 조금 덜 어렵기도 한다. 통상 3년 중에 들삼재가 가장 무섭고 다음으로 눌삼재가 불길하다. 날삼재 때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근신하면 재난의 정도가 약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날삼재가 가장 위험 할 때도 있다고도 한다.

가족 중에 삼재가 든 사람이 여러 명이 있다면 한 명이 잘 극복해 나가면 나머지는 큰 어려움 없이 넘길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싸워서 풍파를 심하게 겪기도 한다. 

삼재를 연령대에 따라 달리 부르기도 한다. 0~15세는 애기삼재로 낙상(落傷)이 잦고, 16~25세는 청년삼재로 구설(口舌)이 빈번하고, 26~55세는 중년삼재로 재산이 줄고, 55세 이상은 노삼재라 하여 낙상과 구설이 많다. 이처럼 삼재가 들면 3년 동안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집안도 우환을 겪기 때문에 매우 조심했다.

삼재가 드는 해에는 꼭 나쁜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를 ‘복삼재’라고 한다.

삼재가 드는 사람이 당할 수 있는 여덟 가지 재앙을 ‘삼재팔난(三災八難)’이라 하는데 손재(損財), 주색(酒色), 질병(疾病), 부모(父母), 형제(兄弟), 부부(夫婦), 관재(官災), 학업(學業)이다.

삼재를 물리치기 위한 삼재막이는 정월 초, 정월 14일, 입춘에 한다. 대개 무당이나 절을 찾아가 삼재경을 읽거나 삼재막이굿을 함으로써 액막이를 하고 부적을 받아온다. 부적은 머리가 셋이고 발이 하나인 매(三頭一足鷹)와 호랑이를 붉은 경면주사(鏡面朱砂)로 그렸다. 매의 강력한 힘으로 세 가지 재앙을 한꺼번에 잡는다는 의미다. 

삼재부적은 출입문의 위쪽에 붙여 둔다. 또한 삼재가 든 사람이 부적을 몸에 지니기도 하고 물건에 숨겨 넣기도 하며 태워서 물과 함께 마시기도 한다.

삼재를 피하기 위해 삼재가 낀 사람의 속옷이나 손톱 등 삼재에 걸린 사람을 상징하는 물건을 명태나 허수아비 등에 넣고 태워버리거나 땅에 묻었다.

아울러 새해 첫 번째 말날에 밥 세 그릇과 세 가지 색의 과일을 차려 놓고 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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