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서울시 교육청이 2018년 학생인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이 시행되면 2012년 학생인권조례 발표에 이어 또 다시 학교는 격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계획에는 학생인권의 확인과 보장, 교육구성원의 인권역량 강화, 인권존중 학교문화 조성, 인권행정 시스템 활성화, 상·벌점 제도 폐지, 소수자 학생 권리 보호 등이 포함됐다. 게다가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압수 또는 사용 금지하는 교칙, 학생의 머리 모양과 신발·가방·양말 등을 제한하는 교칙도 학생과 함께 논의해 정하도록 했다. 학생인권 종합계획이 학교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학생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해 교실 붕괴를 가속화 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휴대전화를 허용하는 조항은 교사, 학부모 모두 큰 우려를 표명한다. 수업시간에 휴대폰사용을 학생에게 맡겨야 인권이 보호된다는 논리는 공감하기 힘들다. 교사의 손발을 2012년 학생인권조례로 꽁꽁 묶더니 이젠 상·벌점 제도마저 없애 학생지도를 아예 포기하게 만들려고 한다. 교사도 학원 강사 같이 지식전달자 역할만 하라는 꼴이다.

자녀의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과 씨름해 본 부모라면 이번 계획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지 알 수 있다. 학생인권만 보장하고 자유만 쥐어주면 책임감은 어디서 배우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학교가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과 의무는 모르는 사회부적응자만 양산해 낼 가능성이 크다. 2012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 공표된 당시 필자가 썼던 학교의 모습을 묘사한 글을 보면 2018년 학생인권종합계획이 학교에 미칠 파장을 짐작할 수 있다.

아침부터 ‘띠옹 띠옹’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운동장으로 경찰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갑작스런 사이렌 소리에 놀라 창밖을 내다보니 경찰 두 명이 차에서 내려 교무실로 향하는 모습이 보인다. 얼마 전까지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호기심에 경찰차가 들어오는 쪽으로 뛰어 갔는데 이젠 익숙한 모습이 돼 버렸다. ‘또 어떤 몰지각한 놈이 112 신고를 했구먼. 정말 큰일이야!’라고 생각하며 애써 외면한다. 일에 몰두하다 동료 교사일인데 외면하는 것도 맘이 편치 않아 일어나 교무실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가해자라고 표현되는 1학년 담임교사와 피해자 겸 112 신고자인 김모군이 경찰관 입회하에 대질심문을 받고 있다. 김모군은 3반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수업방해꾼이다. 수업 준비물은 고사하고 교과서나 노트, 심지어 펜 하나도 없이 급식 먹을 수저와 젓가락만 들고 다닌다. 수업 시간에는 친구의 공부를 방해하고 장난치거나 1시간 내내 엎드려 자는 게 특기다. 김모군이 잠을 자면 수업하기 편하다고 대부분 교사가 자는 것을 방치한다. 올해 57세인 담임교사가 김모군이 아침 자습시간에 설쳐대는 것을 보다 못해 ‘이놈이!’ 하며 양 볼을 손으로 잡은 게 화근이다.

교무실로 들어온 경찰은 기본적인 예의조차 차리지 않고 오로지 직무에만 충실하겠다는 자세로 신고한 학생과 담임교사에게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진술을 요구한다. “네 이름이 김00이구나. 그래 경찰은 네 편이다. 오늘 아침에 왜? 112에 신고를 했는지 소상히 말해보렴.” 담임교사가 “아! 그게 참! 별일 아닙니다. 그냥 제가…”라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자 경찰관은 고압적인 자세로 교사의 말을 제지하며 “아! 선생님은 일단 조용히 계시고요. 먼저 피해자 학생 진술부터 듣고 나중에 진술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치민다. 어쩌다 학교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스승과 제자가 툭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는 것이 서글프다. 그렇게 직무에 충실한 경찰은 평소 버르장머리 없기로 소문난 김모군의 기를 팍팍 세워주고 교단경력 32년차인 반백의 담임교사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놓고 돌아간다.

인권조례 발표 후 교과서나 노트를 갖고 다니지 않는 것은 다반사고 책상위에는 머리빗, 화장품, 휴대전화를 기본으로 올려놓고 수업시간 내내 만지작거린다. 학생인권조례 탓에 아이들의 개인소지품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가뜩이나 우리 사회가 공중도덕을 지키며 상대를 배려하는 문화가 사라져 가는데 학생인권조례로 보호받은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10년 후의 우리 사회는 어찌될지 두렵다. 외국 같이 ‘학교에 총으로 무장한 청원경찰이 상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이길….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학생이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종합계획 시행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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