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장건은 무제에게 흉노족에서 독립한 오손국과 동맹을 맺고 서쪽 대하에 이르는 국가들까지 속국으로 삼을 수 있다고 건의했다.

무제는 장건의 건의에 따라 장건을 중량장에 임명하고 3백명을 주었다.말은 한 사람에 두 마리씩 소와 양은 일만 마리였다. 여기에 더하여 엄청난 폐백을 들려 황제의 부절을 지닌 부사가 따르는 등 가는 길의 주변 국가들에 보낼 선물들도 모두 갖추었다.

장건은 그렇게 하여 오손 땅에 들어갔다. 그런데 오손 왕 곤막은 한나라 사자를 만나게 되자 선우처럼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장건은 화가 났으나 동맹을 위해서는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참고 말했다.

“이것은 한나라 천자께서 보내신 물품이오. 만일 왕께서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오손 왕은 일어나서 예를 갖추고 물품을 경건히 받아들였다. 그런 다음 그 밖의 일은 여전히 오만했다.

장건은 곤막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말로 오손을 동쪽으로 이동해 혼야 왕의 옛 땅을 차지할 때입니다. 그렇게 하시면 한나라는 우방의 정의로서 옹주(제왕의 딸)를 왕의 부인으로 삼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손은 이미 분열 상태에 있었고 왕도 늙었으며 게다가 한나라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못했다. 오손은 흉노족에 대해서는 속국시대가 길었기 때문에 공포심이 일어서 한나라와 동맹을 맺는 일을 중신들이 모두 반대했다. 왕도 중신들의 의견에 밀려 혼자서 결정하지도 못했다.

결국 장건은 오손을 적극 움직이는 데 실패했다.

오손의 분열에는 사정이 있었다. 곤막에게는 10명 정도의 아들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대록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강건하고 통솔력이 있으며 1만 기를 거느리고 이미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 대록의 형이 태자였다. 태자는 잠취라는 어린 아들을 남겨 놓고 젊어서 죽었다. 태자는 죽으면서 곤막에게 뒷일을 맡겼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잠취를 태자로 삼아 주십시오. 절대로 딴 형제에게 태자로 삼지 마시옵소서.”

곤막은 아들의 소원을 받아들여서 약속대로 잠취를 태자에 봉했다. 대록은 몹시 화가 났다. 그 자리는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아우들을 선동해 반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부족을 이끌고 잠취와 곤막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곤막은 늙기도 했거니와 평소부터 대록이 잠취를 죽이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잠취에게 1만 기를 주어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곤막 자신도 1만여 기를 거느리고 자위 수단을 강구했다. 그리하여 백성은 세 갈래로 분열하게 됐고 곤막은 그저 이름뿐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사정으로 인해 곤막으로서는 장건이 내어 놓은 동맹 협상을 혼자서 결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사정을 알게 된 장건은 부사를 대원, 강거, 대월지. 대하, 안식, 신독, 우전, 한미 등 여러 국가들에 나누어 보내게 됐다. 곤막은 길잡이와 통역을 딸려 장건 일행을 전송했다.

장건은 오손의 사자 수십명과 답례로 받은 말 수십 기를 거느리고 귀국해 한나라의 국력을 과시했다.

장건은 그 공로로 인해 대행에 임명돼 9경의 반열에 들었다. 그리고는 일 년 뒤에 죽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