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나흘째… 가시지 않는 불안감
전날 대피소서 여진 발생해 또 탈출
경주 이어 포항 지진에 트라우마 호소
이재민들 복구 후 생계 걱정 ‘막막’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부르르릉~ 지금도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가 두렵고, 아이들이 뛰어 다니며 쿵쿵 거리는 발걸음 소리로 가슴이 뛰어요.”
지진 발생 나흘째인 18일 새벽 4시. 뜬 눈으로 꼬박 밤을 샌 김은진(45, 여, 포항시 장성동)씨는 작은 소리에도 놀라했다.
규모 5.4의 강진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김씨는 지난 15일 지진 발생 당시 “몸이 좋지 않아 약을 먹고 누웠는데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지진이 발생했다”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정신이 없었고, ‘우우웅’하는 태풍소리 같은 것이 들려서 많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집에 혼자 있는데 모든 물건들이 와르르 무너지고 그릇이 깨졌다”면서 “맨발로 집에 못가고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집이 위험에서 경찰이 통제해 오도 가도 못하고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대피소는 새벽임에도 이재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진 당시의 상황과 여진에 대한 불안감에 밤을 새는 이재민들이 많았다. 함께 대피소에 있는 중학생들은 핸드폰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전날 오후 6시 57분께 흥해실내체육관을 흔드는 여진이 발생했다. 이재민들 중 급히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이웃 주민들과 손을 꼭 잡고 더 이상의 여진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른 편에서 이야기를 나누시던 이매자(74, 여, 포항시 흥해읍 옥성1동) 할머니는 “지진 발생 후 3일 밤 뜬 눈이다. 머리가 아프고 음식 맛도 모르고 누우면 몸이 흔들려서 잠을 잘 수 가 없다”며 불안해하며 “빨리 날이 새서 의사가 오면 진단을 받고 싶다. 자꾸만 심장이 떨린다”고 말했다.
아래층에 살고 있는 김윤수(75, 여, 포항시 흥해읍 옥성1동) 할머니는 “우리는 혼자서 집에서 살다보니 집에 들어가기가 불안하다”며 “지금은 이웃 주민과 함께 있다 보니 대피소 생활은 할 만 하지만 더 이상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일부 이재민들은 작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했다. 대부분 두통을 호소하고 작은 움직임에 가슴이 심하게 뛴다는 이들이 많았다.
가족과 함께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는 김명옥(67, 여, 포항시 흥해읍 옥성1동) 할머니는 “지진 발생 당시 사과를 따고 있었다. 지진으로 사람들이 이리저리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쓰러졌다”며 “이번 지진으로 집에 금이 가서 살기가 어렵다. 이후에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추운 날씨에도 흥해읍사무소 직원들과 경찰들은 교대 근무를 하며 밤을 새고 있었다.
SK telecom과 LG U+는 지진 발생 이후인 16일부터 무료 와이파이(YI-FI) 서비스를 실시하며, 이재민이 맡긴 휴대폰의 분실을 우려해 새벽에도 교대 근무를 하며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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