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준 민속 칼럼니스트 

 

지난 100년간 한국인이 가장 즐겨하는 놀이가 화투다. 화투(花鬪)는 19세기말 일본상인들이 조선에 퍼뜨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일본의 게임기 회사인 닌텐도가 전파했다는 설도 있다. 닌텐도는 1889년부터 현재까지 화투를 제조하고 있다.

화투의 유래는 중국의 투전이 유럽으로 건너가서 카드가 됐고, 16세기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 서양의 카드놀이 ‘카르타(carta)’가 일본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화찰(花札: 하나후다)’이라고 부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하나후다’를 즐기는 인구가 크게 줄었다.

화투는 말 그대로 ‘꽃 싸움’, 딱지에 그려진 꽃 그림대로 짝을 맞추는 놀이다. 모두 48장으로 일 년 열두달을 상징하는 화초가 그려져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로는 민화투·고스톱·육백·삼봉·나이롱뻥·짓고땡·섯다·재수떼기 등이다. 혼자서 그림을 맞추거나 숫자를 맞추면서 운수를 점치는 놀이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놀이는 단연 ‘고스톱’이다.

화투의 문양에는 일본의 세시와 풍속, 정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월은 솔-새해에 소나무를 집 앞에 꽂아놓고 복을 비는 풍습, 2월 매화-전국서 매화축제, 3월 벚꽃-일본 국화, 4월 흑싸리-등나무로 귀족의 문장을 나타냄, 5월 난초–난이 아니라 붓꽃을 나타냄, 6월 모란-꽃의 제왕, 7월 홍싸리-멧돼지 사냥, 8월 공산-달 구경, 9월 국화-왕실 상징 꽃, 10월 단풍-사슴사냥, 11월은 오동-쇼군·조선총독부 휘장, 12월 비(雨)-개구리가 버드나무에 오르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붓글씨 연습에 매진했고 결국 최고의 서예가에 올랐다는 오노도후의 설화다. 

화투가 들어오기 전까지 조선에서는 각종 문양, 문자가 표시된 패를 뽑아 끗수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인 투전(鬪錢)이 있었다. 화투가 들어오면서 투전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화투가 유입된 초기 친일매국노였던 이완용 등 을사오적(乙巳五賊)도 즐겨 쳤고 특히 이지용은 도박으로 패가망신 했다. 

조선 후기 학자 황현은 ‘매천야록’에서 화투에 대해 “갑오년(1894년) 이후 왜인들이 서울과 각 항구에 화투국(花鬪局)을 설치한 후 도박이 성행했고 한 판에 만 전도 던지니 아둔한 양반이나 못난 장사꾼들 중 파산하는 자들이 잇달았다”고 기록했다.

이처럼 화투가 들어온 이후 도박이 성행해 화투 금지령이 수차례 내려졌다. 화투 공장에 세금 폭탄을 내리기도 했으나 이제는 규제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0년 전까지 좋아하는 명절놀이가 화투>윷놀이>노래방 순이었으나 올 10월 여론조사에선 윷놀이>화투>노래방 순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명절날이나 상가 집, 휴가지 등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가장 사랑 받는 놀이가 화투다. 아울러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노인회관 필수품이 됐다. 

최근 화투가 일본색이 너무 강하다며 한국의 문화와 자연환경, 풍속 등에 맞게 그림을 바꾸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스톱 격언으로는 ▲짜고 치는 고스톱(조작) ▲홀딱 벗고 혼자 쳐도 본전이 안 맞는다(잃었다는 사람밖에 없다) ▲비풍초똥팔삼(우선순위) ▲못 먹어도 고(이판사판)  ▲삼고초려(‘쓰리고’를 부를 때는 상대의 ‘초단’을 조심하라) ▲유비무환(‘비’ 들고 있으면 ‘피박’ 염려 없다) ▲낙장불입(실수조심)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마라) 등이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