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해 경주에 진도 5.8의 지진이 난 데 이어 15일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앞으로 포항지진보다 더 센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훨씬 센 지진이 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만약 한국에 7.0이 넘는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 해양이 아니라 육지에 그것도 원전 밀집지역 또는 원전 바로 위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지난 8월 쓰촨성에 7.0의 지진이 나서 수많은 사상자가 났다. 이곳에서는 2008년도에도 강진이 발생해 사망자가 약 7만명, 중상자가 37만여명, 실종자가 약 1만 8천명에 이르렀다. 지난 9월 멕시코시티에서는 370명이 사망했고 6000명이 부상당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이란·이라크 접경지역에 7.3의 강진이 발생해 사망자만 500명이 넘고 부상자는 8000명에 이른다. 최근 몇 달 사이만 보더라도 7.0 이상의 강진이 속출하고 있다. 지구촌이 공포의 도가니다. 

최근 5.0이 넘는 지진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경주, 울산, 포항 등 한반도 남동부에서 주로 발생했다. 5.0 이상의 지진은 매우 드문 현상이었는데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동일본 지진의 여파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지각판이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이은 지진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포항지진은 진도가 5.4임에도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경주지진 때보다 훨씬 크다. 건물에 금이 가고 건물 기둥이 파괴되고 많은 건물의 외벽이 무너져 내리고 산의 땅이 밀렸다. 진도가 5.4임에도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 진도 6.5나 7.0 이상의 강진이 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국은 강진이 발생할 경우 대비책은 있는 나라인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이 낮다는 것이다. 24기 원전 대부분이 6.5로 맞춰져 있고 일부만 7.0이다. 진도 6.5 기준을 7.0으로 높이는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만약 포항지진이 났을 때 강도가 6.6이나 7.1이었다면 원전은 어떻게 됐겠는가? 재앙 그 자체였을 것이다.   

또 하나는 건물과 시설에 대한 내진 설계 기준이 우리나라 조건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외국의 기준을 가져다 주먹구구식으로 쓴다는 점이다. 한국의 조건에 맞게 내진 설계를 하려면 단층구조와 지진대에 대한 정확한 지질 조사가 필수다. 하지만 단층구조는 물론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가 추측하는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맞는 그리고 지역에 맞는 내진 설계 기준을 세울 수가 없다. 설계 기준에 맞춘 건물이 감당할 수 없는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은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이고 엄청난 사상자를 낼 것이다. 

한국현실에 안 맞는 내진설계 기준도 문제지만 기준이 낮은 것도 문제다. 현재 최고 높은 등급은 종합병원, 공항, 교량, 터널, 댐인데 6.5가 기준이고 아파트와 다중이용시설 등은 6.0이며 그 외 건물과 주택은 5.5가 기준이다. 기준 5.5는 ‘재현주기 500년 지진에 대비’한 것이라는 설명인데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그 기준조차 실제 건축할 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경주지진, 포항지진보다 강도가 높은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패닉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부터 3층 이상, 500㎡ 이상, 13미터 이상인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6.8%에 불과하다. 무려 93%가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말이다. 지난 2월 건축법을 개정해 내진설계 적용 대상을 ‘2층 또는 200㎡ 이상 건물’로 확대했다. 문제는 기존의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1층일지라도 예외를 남겨서는 안된다. 

포항지진 이후 1층을 주차장으로 지은 ‘필로티 건물(벽은 없애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방식)’이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기둥이 부러지거나 뒤틀리고 금이 갔기 때문이다. 현재 6층 이상 건물은 건축구조기술사가 내진설계하게 돼 있는 반면에 5층 이하 건물은 건축사가 담당하게 돼 있다. 이 분야 비전문가인 건축사가 내진설계를 하고 관계기관에 ‘구조 안전 및 내진설계확인서’만 제출하면 대개 허가가 난다. 부실검사가 양산되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이다. 

2~5층 건물도 구조안전분야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에게 맡겨야 한다. 이 경우에도 제대로 점검이 되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설계는 물론 시공 과정에 대한 점검도 중요하다. 현실은 참담하다. 현장에 구조 감리자가 상주하지 않고 면허 대여는 일상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부실을 키우고 있다.     

이번에 필로티 건물이 얼마나 지진에 취약한지 밝혀진 건 불행 중 다행이다. 만약 지진이 6.5 또는 7.0이 넘는 강진이 왔다면 대부분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필로티 건물 보강 공사를 해야 한다. 

갑자기 어느 날 7.0 이상의 지진이 닥친다면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이다. 서로 머리 맞대고 장단기 대책을 세워서 대응해야 한다. 준비하지 않으면 당한다. 국민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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