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주최한 ‘종교인 소득 과세’ 긴급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세무조사’ 배제 요구에
“조세저항할 수도” 윽박
정부·국회, 예정대로 시행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내년 시행을 앞둔 종교인 과세를 받아들일 듯했던 보수 개신교계가 하루 만에 마음을 돌려 국회에 ‘유예’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교회 보수를 대변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전면에 나서 종교인 과세 유예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게다가 이들은 법에도 없는 ‘세무조사 면제’를, 친 개신교 성향을 보이는 일부 정치권과 하나 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성역을 만든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보수 개신교계는 최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종교인 과세를 “원칙적으로 거부하지 않는다”면서도 조건을 내걸었다. 법시행에 앞서 “세무 공무원이 교회를 세무조사할 수 없도록 국세청이 훈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일반 납세자가 납득하기 쉽지 않은 이들의 과도한 요구에 형평성 논란 등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 긴급간담회에서 임재현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 정책관은 개신교계의 ‘종교인 세무조사 배제’ 요구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임 정책관은 “종교인에 대해서만 세무조사를 하지 않을 경우 일반 납세자나 시민단체들이 반발할 소지가 적지 않다”며 우회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국세청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도 했다.

임 정책관은 “(일부 개신교계에서 우려하는) 불순한 목적의 세무조사가 이뤄지면 안된다는 것은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설득에 나섰다. 또 “종교계가 정부의 보완 방안이 미흡하다고 생각해 다양한 의견을 주면 추가로 검토해서 반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임 정책관은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개신교계 일부에서) 법시행을 유예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종교인 과세 시행은 불가피하다”면서 “종교인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안으로 최종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수 개신교 “과세 유예” 국회 압박

기재부의 설득에도 보수 개신교계는 다음날 성명과 논평을 통해 종교인 과세 유예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15일 국회를 향해 “종교인 과세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한기총은 우선 조세형평성 문제를 꼬집었다. 이들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종교인 과세는 종교 간의 조세형평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한기총이 입수한 종교별 세부과세기준안에 따르면 공통과세항목은 개신교 35가지, 불교 2가지, 천주교 3가지, 원불교 2가지, 천도교 1가지, 유교 1가지 등이다.

한기총은 “타 종교와 비교했을 때, 30여 가지 이상이나 공통으로 항목을 제시한 것은 개신교 목회자는 물론 교회 전체를 과세와 세무조사 대상으로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별로 각각의 고유 행정체계와 재정에 관한 규정이 있다. 그런데 종교별 다양한 특성과 현실을 무시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강행할 경우 “특정종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전국적으로 강력한 저항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국회에 “결자해지의 자세로 종교인소득 과세 유예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연합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종교 간 형평성 등을 문제 삼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한교연은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려는 종교인 소득과세가 기독교만 35개 항목에 달하는 등 종교 간 형평성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종교 형평성 차원을 넘어 정부가 종교 간 편가르기에 나서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시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개신교계가 우려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한 바 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어 “개신교 목회자가 아무리 다양한 목회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그리 하더라도 타 종교에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수많은 소득 항목을 정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교연은 세금 납부가 국민으로서 기본 의무라는 점을 공감하며 “정부가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에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종교인 개별과세 범위를 넘어 종교 과세로 개신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이는 정교분리의 원칙과 헌법이 정한 종교자유에 대한 명백한 위배로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을 가했다.

◆국회 “저소득 종교인 지원·빈곤 완화 도움” 반박

그러나 국회는 종교인 과세 유예 개정안 심의를 앞두고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법시행의 속도를 내고 있다.

박성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 전문위원은 15일 ‘조세관련 안건 검토보고서’에서 예정대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종교인소득에 대한 과세는 헌법(제38조)이 정하는 납세의 의무의 보편적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헌법상 국민에게 부여된 납세의무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조세형평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불교와 천주교, 원불교뿐만 아니라 일부 개신교 단체에서도 과세방침에 찬성하고 있는 점과 대다수 국민이 종교인소득에 대한 과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선 상당수 종교 관련 종사자가 소득수준이 낮아 근로·자녀장려금의 수혜대상이 된다는 점을 설명하며, 세제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던 저소득 종교인의 소득 지원 및 빈곤 완화를 위해 조속히 과세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과세당국의 거듭된 설득에도 보수 개신교계는 조세저항까지 시사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가 조만간 논의하는 종교인 과세 유예 개정안 심의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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