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우리 경제가 지난 3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성장 실적을 기록했다. 10월 26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3분기 GDP는 2분기보다 1.4% 늘었다. 3분기의 높은 성장세로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 3%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4분기에 ‘제로’ 성장을 해도 올해 성장률이 연 3.1%에 이르고, 현재의 경기 흐름이 이어진다면 3.2%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북한 리스크와 중국의 사드보복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 경제의 1.4% 성장은 분기 기준으로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반도체 위주의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의 효과 덕분이다. 수출은 글로벌 경제회복과 슈퍼호황을 맞은 반도체와 국제유가 인상 덕에 석유화학 제품이 크게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수출의 6.1% 증가는 2011년 1분기 6.4%를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기록이다. 10월 장기 연휴를 앞두고 기업들이 9월에 앞당겨 수출 물량을 늘린 효과도 있었다.

또한 정부의 추경 조기집행도 3분기 성장률 상승에 기여했다. 정부는 지난 8, 9월 중 올해 추경 예산 9조 6000억원 가운데 73%를 집중 집행하며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0.4%포인트로 전기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3분기 정부소비는 전 분기 대비 2.3% 증가했다. 이는 2012년 1분기 이래 가장 많이 늘어난 수치다. 3분기 건설투자도 전 분기 대비 1.5% 늘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깜짝 성장은 반도체·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 위주 수출 호조세와 추경에 기인한 일시적 효과로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일자리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은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수출증가도 수출경쟁력 개선이 아닌 언제라도 변할 수 있는 반도체 호황과 유가상승 등 대외 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다. 나머지 수출 품목은 줄거나 증가 폭이 미미하다.

우리 경제가 올해 3% 성장을 달성하더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은 2%대 중반이라며 반도체 호황이 끝날 경우 매우 어려운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3분기 설비투자는 0.5%로 지난해 1분기 -0.7%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나빴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가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민간소비는 올 1분기 전기 대비 0.4% 성장에서 2분기 1.0% 성장으로 회복되는 듯했지만 3분기 다시 0.7%로 꺾였다. 민간소비의 전체 경제에 대한 성장기여도 역시 3분기에는 전기 대비 0.4%포인트로 2분기보다 오히려 0.1%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소비 발목을 잡는 주요인은 오랫동안 지속된 고용 한파다. 9월엔 추경의 영향으로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등 공공부문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10만명 늘어났지만 민간 고용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고용을 줄이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더욱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지난달에도 21.5%라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사상 최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지표가 부진한 이유는 수출이 고용 유발 효과가 적은 산업 위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창출력을 나타내는 10억원 상당의 재화·서비스를 만들 때 창출되는 일자리 수를 가리키는 취업유발계수를 보면 제조업은 8.8명으로 서비스업(16.7명)의 절반 수준이다. 반도체는 고용 창출 인원이 3.6명에 그친다.

따라서 정부는 깜짝 성장에 안주하지 말고 서비스와 신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이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혁신성장에는 중소·창업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참여시켜야 한다. 신산업과 관련된 규제를 풀고 창업, 금융시장, 노동시장 등을 전반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드론,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분야기술 혁신과 이를 육성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 보건, 여가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키워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인해 늘어난 소비수요가 해외유출이 없도록 해야 한다. 경기 회복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서민들의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기업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도 사전에 강구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