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중학생들이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는 기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시작된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희망하는 학교는 내년부터 한 학기를 두 학기로 확대하는 ‘자유학년제’를 도입한다. 올해부터 경기도 전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과정 1년 동안 지필평가를 수행평가로 대신하며 참여형 수업과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는 제도다. 자유학년제를 전면 실시할 경우 중학교 1학년 내신을 고입 전형에 반영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지필고사의 성적이 고교 입시에 반영될 경우 학부모와 학생은 시험 성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 자유학년제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2013년 42개 시범학교에 처음으로 도입됐고 2016년부터 모든 중학교가 시행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 기말 시험을 보지 않고 일부 교과 시간을 줄여 진로교육과 체험학습으로 대치한다.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시기는 아니고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하면서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시험에서 벗어나 잘 놀고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잘하는지만 알고 가도 성공이다.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로 공부만 강요하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제도다. 일찍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는 선진국 학생들에 비해 자신의 적성조차 모르고 성적에 맞춰 진로를 결정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교과목 위주 공부에서 벗어나 학생들 스스로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기 위한 활동을 주로 한다. 활동에 대한 평가는 생활기록부에 서술형으로 기록한다. 잘 준비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갖춰진 자유학기제를 통해 자신이 미래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 부모도 자녀를 부모가 바라는 대로 키우기보다는 자녀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도와 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자유학기제를 뒷받침할 제도와 기반이 못 따라가는 것이 문제다.

필자도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수업을 한 경험이 있지만 큰 틀에서 장점이 많은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아 학생들이 느끼는 진로와 적성 찾기의 효과는 크지 않다. 마음껏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보니 한정된 프로그램에 학생들을 제비뽑기로 배정해 억지로 체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진로체험이나 창의성과 관련 없는 놀기 위주의 체험도 많다. 수업을 안 하고 체험학습을 위해 외부로 나갈 경우 대개 오전에 모든 활동이 끝난다. 나머지 시간에 학생들이 PC방으로 몰려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PC방 사장님”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효과로 중학교의 월평균 사교육비와 참여율, 주당 참여시간이 모두 전년보다 줄어 사교육비가 줄었다”며 자평한다.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국, 영, 수 교과목을 위주로 하는 사교육 의존도가 줄었다는 것인데 아전인수, 자화자찬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를 ‘사교육학기제’라 부른다. ‘당신 자녀는 놀고 있지만 옆집 자녀는 공부하고 있다. 1년 놀다가 평생 놀게 된다’는 학원 광고까지 등장했다. 여유 있는 집안의 아이들은 기초학력을 사교육으로 보충한다. 흙수저 집안의 아이들만 시험이 없는 학교에서 노는 데 빠져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이다. 사교육비 투자정도에 따라 학력 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중학생이 되어 공부를 제대로 시작할 시기에 시험이 없다보니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잃는다. 체험과 진로활동을 하며 시험이 없어 학생들 통제가 쉽지 않아 중1들 생활지도는 거의 무너졌다. 국, 영, 수는 학원에 의지하더라도 다른 과목은 아예 교과서 한번 안 보는 아이들이 허다하다. 심지어 “내신 안 들어가는데 중학교 공부 안 해도 돼요”라고 한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한 지가 꽤 됐는데 아이들의 창의력이 좋아진 것 같지 않다. 창의력을 개발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업탐구 한다고 허구한 날 아이들을 바깥으로 돌린다. 신영복 교수의 교육론 ‘공부란 갇혀 있는 생각의 틀을 깨고 나와 더 넓고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에 자유학년제가 여건을 제대로 제공하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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