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말(horse)은 인간에게 중요한 가축이다. 주인의 말을 잘 듣는 순한 동물인데다가, 기분이 좋고 나쁨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감성능력도 있다. 예를 들어 기쁘면 목을 비비지만, 화가 났을 때는 발길질을 한다. 예로부터 농사일은 물론, 군마(軍馬) 및 승마용으로도 많이 이용돼 온 말은 특이한 인지능력이 있다. 특히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판단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기억한 것은 오랫동안 잊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귀소본능이 발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렇듯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는 말 덕분에 잃어버렸던 길을 되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이 단순한 가축만이 아니듯 대부분의 생물체에는 나름대로 인지능력과 감지능력이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생물체는 연구의 원천 대상인 동시에, 그들로부터 배울 점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과학시대에 사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미래형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생물체를 연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모든 사람에게는 나름 재능과 재주가 있다. 그것이 잘 발휘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환경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적용되느냐에 달려 있다. 인간은 모든 면에서 능력자가 될 수 없을 뿐더러,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 면에서 인간이 인간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히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하물며 특정 부분에 국한된 평가를 일반화 하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평가의 기준을 겉모습에 큰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다. 존중과 존경에 대한 기준을 보편화 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가에 초점을 두되, 정의롭고 순수해야 할 것이다.

‘노마지지(老馬之智)’란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이다. 늙은 말에는 과연 지혜가 있는가.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에게도 경륜이라는 게 쌓인다. 그 결과 많은 지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말이라도 축적된 경험과 능력이 있는 한, 인간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춘추시대에 제나라 환공이 명재상 관중과 습붕을 대동해 하북성에 위치한 고죽국을 정벌한 일이 있었다.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던지 봄에 시작한 전쟁이 겨울이 돼서야 끝났다. 환공의 군대는 승리에 도취됐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왜냐하면 전 군사가 돌아오는 도중, 험한 산길에서 방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에 전 군사와 말은 추위에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빨리 돌아가는 방향을 찾는 일이었다. 이때 관중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 늙은 말 한 마리를 앞에 가게 하고 그 뒤를 따라 가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관중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큰 길이 나타나 환공의 전 군사는 귀환할 수 있었다. 그렇다. 경험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비록 말이 싸움터에 한 번만 갔다고 하더라도, 말이 길을 찾는 감각은 뛰어나다. 명재상 관중은 늙은 말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았다. 관중이야말로 성인이다.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하찮게 보이는 생물체라도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지혜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경륜에 의해서다. 자신이 알아야 하고 또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하찮은 것이라도 스승으로 삼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의 명재상 관중의 사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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