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감염인과의 성관계 때 콘돔만 사용하면 감염이 예방된다. 감염인과의 악수, 포옹, 키스 등 일상적인 신체접촉이나 음식, 목욕탕, 변기 공동 사용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쉬쉬’ 하고 넘어가고 말 일인가. 에이즈 감염자(HIV)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비밀 성매매를 통한 감염이니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에 공식 등록된 누적 에이즈 감염자는 1만 1439명(지난해 기준)이지만 실제 감염자는 훨씬 더 많다. 한 의학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인 감염자수가 1백만명은 족히 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그것은 대부분 드러내놓고 검사받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에이즈 환자 옆에 가까이 있기만 해도 전염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사회적 편견이 감염자를 음지에 숨게 만든다. 에이즈 감염자로 낙인찍히면 취업기회부터 외면돼 생계문제가 힘들어진다. 불법 성매매 등 탈선의 길로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채팅앱으로 10여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경기도의 감염자 여성은 놀랍게도 10대 청소년이었다. 부산의 20대 감염 여성은 동거남 포주의 알선과 강압에 많은 남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해오다 적발됐다. 에이즈가 더 이상 동성애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에이즈 공포가 전 세계를 짓눌렀던 때가 지난 90년대. 이 때 에이즈는 정상적인 성관계로 인해 감염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었다. 주로 환자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감염된 혈액 수혈, 감염된 산모의 출산, 마약주사기 공동 사용 등이 유의해야 할 에이즈 감염경로라는 발표였다. 그래서 항문성교, 구강(口腔)성교 아닌 일반적인 성관계를 통해서는 잘 전파되지 않으므로 동성애자들이 특히 유의해야 할 질환이라고 했다.

정상적인 사회인이 성관계 때 상대방이 감염자일 확률이 1000분 1 이하, 감염자와 성관계시 감염될 확률 역시 1000분의 1 이하라고 한다. 때문에 일반 남녀가 성관계를 가졌을 때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100만분의 1도 안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또한 제 때 진단받고 항바이러스제 투약 등으로 치료만 꾸준히 하면 완치까지는 쉽지 않아도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에 가깝다고 한다. 때문에 과도한 공포나 사회적 편견은 금물이다. 나름 옳은 얘기다. 문제는 이번의 여성 에이즈 환자들이 성관계를 통해 감염됐고, 그런데도 성매매를 계속해왔다는 점이다. 정확한 감염경로와 당국 관리를 벗어난 익명의 감염자수가 얼마냐가 궁금하다. 감염자들이 엄격히 잘 관리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철저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성관계를 해도 콘돔을 쓰면 거의 전파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콘돔 사용률은 턱없이 낮다. 더 철저한 예방교육도 필수인 실정이다. 에이즈와 성매매, 이대로는 안 된다.

첫째, 에이즈는 일반 남녀의 정상적인 성관계를 통해 얼마든지 감염될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세출혈만 있어도 감염된다. 성관계시 약간의 내부 출혈이 있으면 항문성교, 구강성교가 아닌 보통의 성관계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심지어 단순한 키스만으로도 전파된다. 즉 상대방이 입안에 피가 나는 충치나 잇몸 질환을 앓고 있다면 절대 안전하지 않다.

둘째, 감염자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 감염 경로에 대한 정확한 추적, 생계지원 등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환자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학·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하자. 고통 받는 감염자 치료에 기여할 획기적인 특효약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정부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셋째,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단속과 처벌에 실효성이 강화돼야 한다. 성(性)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주의에 유사 성행위까지 처벌하지만 에이즈 사실을 숨기고 몰래 성매매를 하는 데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청량리588’ ‘부산 완월동’ ‘대구 자갈마당’ 등 홍등가는 폐쇄된 지 오래. 그러나 수요는 공급을 창조한다고 했던가.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성매매업은 채팅앱, 오피스텔 등을 통해 버젓이 성업 중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거의 집창촌이 여전히 음성적으로 영업중이라는 얘기도 많다.

넷째, 성범죄와 성병을 막기 위해서라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시 보건증을 발급하고 정기검진을 하며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찬반양론이 있지만 이미 2002년부터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을 벤치마킹하며 토론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외국의 ‘소호’처럼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한 성인구역을 설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입법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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