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가교육회의가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을 의장으로 위촉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2019년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식으로 설치되기 전까지 국가교육회의는 교육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교육개혁을 이끌어내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조직법을 무력화시키면서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는 것은 교육부를 감독하고 통제해 부처 내부 의사결정까지 깊숙이 관여해 교육행정을 마비시키지 않을까 우려한다. 정권의 공약을 실행하고 교육부를 압박하기 위한 보조기구로서 역할만 해서는 더 큰 혼란과 갈등만 초래할 수 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의제는 고교체제 개편, 수능 절대평가 전환, 고교 성취평가제, 내신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시도교육청의 교육부 권한 이양 등이 될 전망이다. 국가교육회의는 민간 위촉직 12명, 당연직 9명으로 관계부처 장관,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장, 대학교육협의회장, 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 등이 포함된다. 장관과 특정협의회 대표들로만 위원을 위촉한 것은 대표성이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의 방향대로 교육정책을 이끌기 위한 인선이란 생각이 든다.

교육 현안을 논의하고 합의하겠다면서 교육의 3주체라고 할 수 있는 교사, 학부모, 학생은 위원에서 배제돼 있다. 교육계획을 수립하면서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 하려면 전문성과 대표성을 가진 구성원들의 균형적인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교육의 양극화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구로서 역할을 위해서는 반드시 학부모와 교사를 포함해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교육회의 구성원이 중립적 인사로 구성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기존 교육정책을 수행하는 하수인 역할만 하게 될 것이다. 매 정권마다 다양한 교육자문기구가 있었지만 독립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의 역할에 그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전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

교육회의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어떤 정책을 만들어 내는지도 중요하다. 학부모들은 거창한 교육계획보다 교육과정, 교과서, 입시제도 등 직접적인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이 단기과제, 중장기과제를 구분해서 심의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교육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계획이 아무리 좋아도 의원들이 전문성이 부족하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 교육회의가 정식 출범하면 자사고 폐지, 대입제도 등 과도기적 교육계의 첨예한 갈등의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조속히 내놔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학생들마저 “매번 바뀌는 교육정책 때문에 힘듭니다. 교육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정책만 만들어 학생들은 효과가 없다고 느낍니다. 교육 당사자인 학생을 참여 시켜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라고 위원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학부모들은 “입시제도가 아이들과 학부모를 가장 힘들게 합니다. ‘고3 엄마니까 봐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마들이 힘듭니다. 입시제도가 간단하고 공정하게 자기 실력을 평가 받는 제도로 바뀌고 교육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제대로 된 역할을 교육회의가 해주길 바랍니다”라고 한다.

교사들은 “학교교육이 변해도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학벌위주의 사회가 바뀌어 학생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변해야 합니다. 교육은 학교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꿔 가정, 학교, 사회가 교육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와 연계된 교육 정책이 만들어져야 합니다”라며 올바른 교육정책의 방향을 이야기한다.

교육 현안을 논의하는 위원회에 교사를 배제하면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교사, 학부모, 학생의 의견이 교육정책에 반영되는 지속적이고 독립적인 교육회의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교육회의가 ‘대통령 소속’을 이유로 교육부를 제치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게 되면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가 발표한 정책의 뒤처리만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교육정책을 만들어 더 이상 학생들이 실험용 생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공감 가는 교육정책을 만들어 명실상부한 교육회의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